검수완박은 법치주의를 붕괴시킨다

검수완박은 법치주의를 붕괴시킨다
2022년 8월 13일 - 안유민
2022년 5월 9일,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약칭 검수완박) 이라하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이 공포됐다. 기존의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검수완박법을 통하여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여 수사권을 박탈하겠다는 내용이다. 원래 형사사건의 과정은 경찰이 수사 후에, 검사가 기소를 하고, 그 다음에 판사가 판결을 하는 3단계의 과정이였다. 여기서 검찰은 직접 독자적으로 수사를 시작할 수 있는 수사개시권이 있는데, 이 수사개시권을 비롯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정치적 중립 보장을 이유로 제대로 된 견제를 받지 않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래서 이러한 권한을 축소 시키기 위하여, 2021년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을 통하여 검찰의 경찰에게 일부 수사권을 넘기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일어났다. 이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사의 직접 수사범위를 6대 중요범죄인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범죄로 한정되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이 6대 중요범죄는 물론, 다른 범죄까지 나머지 범죄도 아예 손댈 수 없도록 수사권 자체를 빼앗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켰다. 과연 이 검수완박 법안의 감춰져 있는 진실은 무엇이며, 과연 문제점은 뭘까?


먼저 이 법안은 입법행위부터가 문제다. 헌법의 민주주의 원칙은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을 핵심으로 하지만, 이 다수결이 그저 의석으로 과반수를 차지한 당이 마음대로 입법행위를 하라고 만든 원칙이 아니다. 다수결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 나머지들의 의견도 반영되어야 하며, 그것이 민주주의이다. 하지만 이 검수완박법은 그런 민주주의 원칙조차 무시하고, 자신들의 180석 가까이의 의석들로 이 법안을 밀어 붙였다. 나머지들의 의견을 반영하라고 토론을 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무제한 토론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위장탈당'과 같은 탈법적 방법을 통하여 토론과 설득의 과정을 건너뛰고 그저 표결로 입법을 진행했다. 이 검수완박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의결을 통과해야 하는데, 국회법 제57조의2를 보면 '④제3항에 따라 조정위원회를 구성하는 경우에는 소속 의원 수가 가장 많은 교섭단체(이하 이 조에서 “제1교섭단체”라 한다)에 속하는 조정위원의 수와 제1교섭단체에 속하지 아니하는 조정위원의 수를 같게 한다. 다만, 제1교섭단체가 둘 이상인 경우에는 각 교섭단체에 속하는 조정위원 및 어느 교섭단체에도 속하지 아니하는 조정위원의 수를 위원장이 간사와 합의하여 정한다'라고 써져있다. 즉, 법제사법위의 구성은 제1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이 3명, 그리고 나머지 야당 3명으로 구성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3대3 구조가 되는데, 이 3대3 구조를 4대2 구조로 만들려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형배 의원은 탈당을 통하여 4대2의 구조로 만들고,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곤 당당히 다시 더불어민주당에 복당을 신청했다. 이것이 과연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이 검수완박법은 경찰들을 신경쓰지 않은 법안이다. 기존 수사를 검찰과 경찰에서 어느정도 나눠서 했다면, 이젠 모든 수사를 경찰이 담당해야 하는데, 경찰들이 이 늘어난 업무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경찰도 업무가 많아 수사가 지연되고, 최악은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하지만 여기서 경찰의 업무가 늘어난다면, 그 경찰들이 그 업무들을 감당 못할 정도가 된다. 그러면 어떻게 되겠는가? 결국 수사가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 범죄자를 잡지 못할 것이고, 결국 범죄가 늘어날 것이다. 이런 경찰의 상황을 고려 안하고, 그저 검찰이 '나올때까지 턴다'라는 식의 수사를 막기 위하여 검수완박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 검수완박의 큰 문제점은 고발인의 이의 신청권이 박탈됐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고소인 등의 이의신청)을 보면, '①제245조의6의 통지를 받은 사람은 해당 사법경찰관의 소속 관서의 장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새로 시행될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보면, '①제245조의6의 통지를 받은 사람(고발인은 제외한다)은 해당 사법경찰관의 소속 관서의 장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라고 적어 고발인의 이의 신청권을 박탈했다. 경찰이 고소·고발 사건을 무혐의 종결할 경우 처리 결과와 이유를 당사자와 피해자 등에게 통지하도록 했고, 통지를 받은 사람은 경찰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게 했다.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경찰은 지체 없이 검찰에 그 사건을 송치해야 하므로, 경찰의 무혐의 사건 종결을 다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바로 이의신청인 것이다. 하지만 이 검수완박법은 그 유일한 수단인 '고발인의 이의 신청권' 조차 없애버렸다. 즉, 어떤 고발이 이루어져도 경찰이 그 사건을 종결하면 고발인은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거기서 인 것이다. 거기서 더불어민주당은 '고발 남용을 막기 위하여' 라는 명분으로 개정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명분이 정말 타당하다고 생각하는가? 이에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스스로 고소장을 제출하기 어려운 장애인이 학대나 착취를 당하면,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사건을 조사한 뒤, 범죄 피해가 확인되는 경우 가해자를 고발하고 있다. 고발은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 옹호 수단으로 자주 활용된다. 국가기관이나 사회적 강자들을 감시하는 시민단체도 고발을 통하여 비리와 범죄를 알린다. 그중에는 공익제보자, 조직적 범죄의 피해자 등 신원 노출이 어려운 당사자를 대리해 고발하는 사건도 적지 않다. 노동사건이나 선거사건, 인권 관련 사건은 공정위, 권익위, 선관위, 인권위가 고발하고 있다. 환경범죄나 마약범죄와 같이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사건에서 고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 없다." 라며 큰 우려의 말을 남겼다. 약자를 배려하고 약자의 편이라던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약자를 보호하던 고발인의 이의 신청이라는 제도를 없앴다.

만약 검수완박이 몇년 빨리 되었다면, N번방 사건의 조주빈은 지금쯤 사회에서 잘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경찰이 조주빈에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약칭 아청법)로 성 착취물 유통 혐의를 적용시켰다. 하지만 여기서 검찰이 보완수사 단계에서 들여다보니, N번방이라는 조직이 있다는걸 알았고, 결국 거기서 징역 42년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검수완박이 있었더라면, N번방을 발견하지 못하고 성 착취물 유통 혐의만 적용되어 아마 지금쯤 사회에서 잘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검찰의 보완수사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억울함이 풀렸다. 검찰이 밝힌 사례 24건은 최근 경찰이 수사했던 사건 중 검찰의 보완 수사를 통해 피의자를 구속하거나 억울함을 해소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사례를 보면 A경찰서는 불법 촬영 피해자 2명이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는데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기 힘들다’ 등의 이유로 1년 가까이 수사를 미뤄오다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뒤늦게 불구속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피의자 휴대폰을 압수해 디지털포렌식 결과 피해자 3명을 추가로 찾아내 피의자를 구속했다. 또 검찰은 B경찰서가 ‘혐의 없음’으로 송치한 서민 전세자금 대출사기 사건을 보완 수사를 통해 허위 임차인을 모집해 제세자금 60억 원을 편취한 일당 21명을 적발, 이 중 4명을 구속했다. 반대로 죄가 없는데도 구속될 뻔 한 피의자를 구제한 사례도 있다. C경찰서는 강간 혐의로 D씨를 구속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피해 여성이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 강간당한 것 같지 않다”고 진술을 번복해 검찰은 D씨의 구속을 취소했다. E경찰서는 보이스피싱 가담자 5명을 구속 송치했으나 검찰은 이중 2명이 범행 이후에 현금을 출금한 사실을 확인해 혐의 없음 처분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구제하던 이 보완수사가 없어지면 밝혀지지 않는 범죄들은 많아질 것이고, 억울한 사람들은 많아질 것이다. 우리 모두는 검수완박이 시행될 경우 어떤 문제가 일어날지 생각을 해봐야 한다.

검수완박법은 오는 9월에 시행된다. 시행하기전 문제점만 봐도 여러개인데, 과연 시행되고선 어떤 일이 펼쳐질지 상상조차 안간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고, 법치주의를 지켜야 하는데 민주주의는 무너지고 있고 이 법안으로 법치주의조차 무너지고 있다. 늘 국민의 편이라던 더불어민주당은 이상한 말과 함께 말도 안되는 법안을 편법을 써서 통과 시켰다. 그 절차조차 민주적이지도 않았고, 그 당사자들은 뻔뻔하게 굴 뿐이다. 이에 법무부는 6월 27일, 헌법재판소에 검찰청법ㆍ형사소송법 개정행위에 대해 헌법재판(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함과 아울러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법무부 조차도 법률 개정 절차의 위헌성이 중대하고 명백하며, 법률 개정 내용도 주권자인 국민 기본권의 심대한 침해를 초래하는 위헌적인 것으로 판단하여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정말 무엇이 민주주의를 위한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