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배

개요

키보드 배틀 혹은 키배란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사용자들 간의 논쟁을 의미한다. 키보드 배틀을 일으키고 참여하는 사용자를 키보드 워리어라고 부른다. SNS가 발달됨으로써 인터넷 사용자간의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짐에 따라 등장한 개념이다.

역사

키보드 배틀은 2000년대에 들어 급격하게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형태는 다르지만 고대에도 키보드 배틀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말싸움이 존재했다. 사이가 나쁜 나라의 왕끼리 서신을 보내 도발했던 것이 그 예이다. 인터넷이 보급되기 이전에도 할 일 없는 빈곤 노인, 노숙자들이 탑골공원, 굴다리에서 대낮부터 술에 쩔어서 정치 얘기로 쌈박질을 일삼았다.

이처럼 옛날에도 말싸움은 있었다. 하지만 문자로 기록하지 않는 이상 발화 즉시 사라지는 음성 언어의 특성과 발달하지 못한 통신 매체 때문에 흔적이 남지는 않았다. 시간이 흘러 21세기, 인터넷과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사람들은 말보다 문자를 통해 말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통신망이 깔린 곳이라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인터넷은 그 개방성을 더했다. 말싸움의 흔적을 제3자가 찾아보기 쉽게 된 것이다. 컴퓨터에 문자를 입력하기 위해 쓰는 입력 장치가 키보드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바로 이 말싸움을 키보드 배틀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키보드 배틀이란 SNS나 온라인 게임 등에서 각종 이유로 발생하는 말싸움이다. 원인은 정치적 의견 차이, 특정 상황에 대한 의견 차이, 단순 감정 싸움 등으로 다양하다.

키보드 배틀이 발생하는 원인

가치관 차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고, 개방된 공간인 인터넷에서는 특히 만나기 쉽다.

이때 정상인이라면 '나와 생각이 다르구나.'하면서 넘어가지만, 오직 자신만이 옳고 타인은 무조건 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격렬한 언쟁을 벌이게 된다.

자존심 싸움

양자(兩者) 혹은 다수(多數) 간의 감정, 자존심 싸움 때문에 벌어진다. 그 목적은 주로 상대방에게 굴욕감을 안겨줌으로서 쾌감을 얻기 위함이다. 사실 어그로는 개인이 일방적으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도발하는 행위이므로 두 단어간 의미에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키보드 배틀은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약오르게 하려다가 발생한다. 다만 흔한 오해와는 달리 양 쪽 다 공격을 하려고 하기는 보다는 어느 한 쪽이 강렬한 적의를 갖는 경우가 많다. 선공을 당한 쪽은 자기 변호에만 임하더라도 혹은 도중에 빠져나가더라도 혼자 남은 악플러가 계속해서 모욕적인 댓글을 다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 어떤 현명한 대처로도 키배를 피하기는 어렵다.

문장 이해력 부족

심지어는 서로 같은 의견을 주장하면서 싸우기도 한다. 가령 'A와 B는 차이가 없다. 단, C라는 조건이 성립되지 않았을 때'라는 주장을 ㄱ이 펼쳤다고 해보자. 근데 ㄴ이 나는 C때문에 차이를 느꼈는데 왜 A와 B는 차이가 없다는 거냐, A와 B는 차이가 있다며 태클을 건다. ㄱ은 A와 B는 차이가 없다, ㄴ은 A와 B는 차이가 있다며 핵심 주장만 놓고 보면 의견이 달라보이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같은 내용이다. 그런데 한 쪽의 문장 이해력이 떨어져서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엔 다른 한 쪽은 상대를 이해시키려고 하다가 답답해서 감정적으로 나오게 되고 그게 키보드 배틀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문제

인생 낭비

키보드 배틀에 집착하다 보면 나가서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거나 휴식을 취할 시간에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이므로 손해를 보는 셈이다.

키보드 배틀을 뜰 시간에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도 있고, 게임을 할 수도 있고, 친구와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하다 못해 낮잠을 잘 수도 있다. 이런 긍정적인 경험을 놔두고 굳이 싫어하는 사람이랑 머리 맞대고 소모적인 감정 싸움만 이어나가는 일이 키보드 배틀이다. 이는 에너지 낭비, 감정 낭비이고 정신과 육신의 건강을 해치는 행위이기 때문에 수명 단축에도 기여하는 셈이다. 차라리 함부로 의견 댓글들도 많이 달지 않는게 더 좋다.

간혹가다 특정 국가를 정말 싫어해서 그 나라 국민과 키배를 하려 그 나라 언어를 배우는 경우가 있다. 당연하지만 그 나라 언어로 키배한다고 해서 자국의 지위가 향상되거나 해당 국가의 지위가 하락하는 일은 없으므로 고작 이딴 일 가지고 키보드 배틀을 하는 것은 시간 낭비에 불과하니 하지 말자.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좋지만 그 목적이 고작 키배에 쓰기 위함이라면 상당한 낭비이다.

생산성 없음

"나는 인터넷에서 (비속어, 욕설을 동반한) 논쟁을 한 적이 있는데, 그 후로 내 가치관이 180° 변했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키보드 배틀을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꾸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좌파, 우파를 떠나서 일반적으로 사람은 학교 교사/교수, 직장 동료, 가족이나 친구의 의견 또는 신문 사설, TV 아니면 유튜브 방송같은 이름 있는 논객들을 참조하지, 만나본 적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지나가는 사람 말을 듣지는 않기 때문이다. 설령 유명한 논객의 의견을 듣는다고 해도, 자기 성향이랑 반대되는 논객이 가치관을 바꾸게 했다는 말도 사실은 드물다. 아무리 옳은 말을 하더라도 트집을 잡기 마련이다.

키보드 배틀을 통해 상대를 설복시켜서 사상을 바꿀 가능성은 0%에 수렴하는데, 이를 알고서도 굳이 쓸모없는 언쟁을 벌일 필요는 없다. 말하자면 이런 논쟁은 아무런 생산성이 없다.

적을 만듦

키보드 배틀은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많이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또한 현실에서나 온라인 공간에서나 적을 많이 만드는 것은 별로 좋지 않은 행동이다.

사람인 이상 키보드 배틀을 반복하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실수를 하는 때가 오며, 실수를 하지 않더라도 그 때는 지금까지 쌓아둔 적(敵)들이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서 물어뜯기고 사회적 매장을 당하게 된다. 사회적 매장이라는 것은 신상털이, 고소, 고발, 해고, 왕따 등을 의미한다.

건전한 인터넷 토론을 위한 조언

인터넷에는 수많은 서로다른 경험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사는 곳이다. 그런 공간에서 의견충돌은 반드시 일어날 수 밖에 없으며, 그 과정에서 서로 감정이 상해 치고받고 싸우는 경우도 많이 일어난다. 갈등이 생기면 감정이 상하는 것은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런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상대방을 향한 맹목적인 비난과 인신공격으로 이어지는 것은 잘못된 일임은 자명하다. 의견차이가 발생했을 땐 상대방을 물어뜯기보다 건전하게 토론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터넷에 미련을 버리자

새삼 강조하자면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은 유한하다. 겨우 한 시간 지난 글이라 하더라도, 거기에 달린 댓글에 전부 대응하는 것은 인생 낭비이다. 답변을 달지 않는다고 도망갔다고 조롱하는가? 혹은 다른 글까지 쫒아와서 비난하는가? 그렇다고 원래 글에 돌아가서 키배를 재개하면 더욱 많은 시간을 빼앗기게 된다. 물론 이로 인해 정상적인 커뮤니티 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억울할 수는 있으나, 어차피 익명이라서 서로를 알 수 없음으로 이용을 잠시 그만두거나 아예 접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단, 정도가 심하면 사이버 스토킹으로 신고하도록 하자.

인터넷과 현실의 경계가 점차 허물허져 가는게 시대의 흐름이기는 하나 아직까지는 혹은 앞으로도 익명성이 있는 커뮤니티 활동이 현실에 필요 불가결한 요소가 될 가능성은 낮다. 언제든지 과감하게 끊어버려도 큰 탈이 없는 셈. 다만 거듭 강조하지만, 개인 정보를 찾아내서 공격하는 등 사이버 스토킹에 가까운 짓을 할 경우 과감히 신고하자. 이 경우 더 이상 현실과 분리해서 생각하기는 어렵다.

거듭 말하지만, 인터넷에서 여포질하는 사람이 현실에서도 맹수가 되는것이 아니다. 키보드 배틀 따위나 하는 인간들의 상당수가 현실에서는 약자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현실에서까지 평소에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들은 아니며, 인터넷 자체가 막말로 일반인 기준으로도 신체적으로 약자인 사람들 조차도 마음만 먹으면 강호동이나 마동석 같은 사람들을 상대로도 (특히 상대가 현실에서 해코지 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보장만 있다면) 말을 함부로 하는게 가능한 공간이다.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고 잘나간다고 해서 현실에서 잘나가는 것도 아니며, SNS에서 인기 끄는 사람들중 같은 정치성향인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사람들을 예로 들면 현실에선 웬만한 사람들은 마주쳐도 상대가 SNS에서 인기있는 사람이란걸 모르거나 기껏해야 현실에서도 같은 정치성향인 사람들만 알아보는 정도다. 오히려 현실에서 잘나가는 사람들 중엔 넷상에선 조용히 살거나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경우가 태반이며, 특히 현실에서 맹수인 사람들중 상당수는 오히려 인터넷을 잘 안하거나 하더라도 타인과 교류가 없어 키배를 벌일 기회가 사실상 없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넷상에서 여포질하면서 현실에서도 맹수인 경우는 주로 정치병자이면서 집회에도 나갈만큼 정치색이 확고한 사람들이 많은데 이나마도 보통사람들은 정치관련이 아니면 이런 유형의 인간들과는 엮일 일이 없다시피하다.

괜한 미련, 집착 때문에 본인이 힘들어지는 수가 있다.

아주 간혹 정치인, 연예인, 운동선수 같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사람의 경우 과거의 키배 이력 때문에 몰락하는 경우도 많다. 그나마 자신의 특기로 승부를 볼 수 있고, 상류층은 아니라 고고함이 그렇게까지 요구되지 않는 운동선수나 연예인은 좀 낫지만 상류층들 세계에서 살아가야 하는 정치인들은 과거에 키배를 상습적으로 떠 온 것이 밝혀지면 사실상 정계에서 추방될 정도로 치명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