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론은 민주주의 국가 간 전쟁이 부재하다고 주장한다. 민주평화론의 핵심명제는 민주주의 국가 간 전쟁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비민주주의 간 전쟁이 부재하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민주평화론은 민주주의라는 정치제도의 속성이 민주주의 국가 상호 간 전쟁을 방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본다.
러셋(B. Russett)은 민주주의의 국가 간 전쟁 부재 원인을 두 가지 모델로 설명한다. 먼저, 규범적 모델은 규범의 외부화(norm externalization)로 전쟁 부재를 설명한다. 민주주의 규범이 전쟁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제도는 그 자체로 인권보호 규범과 평화적 분쟁해결 규범을 내포한다.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라고 바라본다는 점에서 태생적으로 생명을 중시하고 전쟁보다는 외교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고자 한다.구조적 모델은 민주주의 제도의 구조적 특성이 전쟁을 방지하는 기능을 갖는다고 본다.
- ①민주주의는 권력분립(separation of power)을 통해 지도자의 전쟁 결정을 억제한다.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간의 권력분립과 여당, 야당 간의 권력분립은 지도자가 항시 견제 받도록 한다.
- ②민주주의는 지도자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기능(accountability)가 있다. 만약 지도자의 결정이 국민들의 의사에 반한다면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지도자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 ③민주주의는 제도적 투명성(transparency)을 담보한다. 전쟁 수행 시 행정부는 개전과 예산안에 대해 의회로부터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는 내부결정이 공개되어 상대국에 대한 기습공격 위험성이 줄어든다.또한 민주주의에서는 이익집단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전쟁 결정이 어렵다. 민주주의 국가는 자유주의를 기초로 한다.
민주주의 국가 내 존재하는 수많은 이익집단은 자유무역, 인권보호, 환경보호 등 자신들의 이해를 대변하여 행동한다. 따라서 자신들이 보호하는 이익이 피해를 입을 것을 대비해 로비나 시위를 통해 지도자에게 압력을 행사하며, 이익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교체하고자 하기도 한다.
민주평화론의 한계
하지만 민주평화론의 한계를 지적하는 논의도 있다. 먼저, 왈츠(K. Waltz)의 민주전쟁론을 들 수 있다. 왈츠는 민주평화론에 따르면 모든 국가가 민주주의 국가가되어야 전쟁이 종식되고 평화가 도래하기 때문에 평화를 명분으로 비민주주의 국가를 강제로라도 민주주의 국가로 만들려는 시도가 늘어날 것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주장은 미국이 타국에 강제로 민주주의를 이식하려고자 한 수많은 사례를 통해 드러난다.부시 행정부 시기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이라크 민주화를 빌미로 일어났으며, 2001년부터 2021년까지 진행된 아프가니스탄 전쟁 역시 아프가니스탄의 민주화를 목표로 지속되어 철수를 결정하기까지 장기화 되었다. 당시 미국의 네오콘(neocons)는 국제사회의 도덕적 선을 지키기 위해서 미국이 국제사회의 질서를 재편하고 능동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보았다. 민주주의를 빌미로 오히려 전쟁이 증가할 수 있는 것이다.
민주화과정 위험론잭 스나이더(J. Snyder)는 「From Voting to Violence: Democratization and National Conflict」에서 민주화 과정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국내정치가 과두적 지배구조(Oligarchy)라는 전제로 민주화과정에서 나타나는 민족주의로 인해 오히려 국내적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은 국가 내에서 권력층은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민족주의를 통해 분쟁을 가중시키는 경향을 갖는다. 이 때문에 민주화과정에서 오히려 민주주의가 퇴보하는 경향을 보인다.2010년 발발한 아랍의 봄으로 인해 중동의 여러 국가들은 독재체제와 권위주의체제를 청산하고 민주화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그 후 예멘과 시리아는 지금까지도 극심한 내전을 겪으며 수많은 난민이 발생하고 있고, 이라크와 시리아 등지에서는 권력의 공백을 틈타 ISIS라는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가 세력을 확장하여 전세계를 테러의 공포로 몰아넣기도 했다.
3. 민주주의의 모호성과 사례 부족민주평화론에서 분류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개념은 모호하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매년 전 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민주주의 발전 수준을 평가한다. 각 국가는 완전한 민주주의, 결함있는 민주주의, 혼합된 체제, 권위주의 체제로 분류된다. 문제는 한 국가가 민주주의 국가인지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그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과거 완전한 민주주의로 평가된 국가도 지도자나 집권정당의 교체로 인해서 결함있는 민주주의나 그 이하의 체제로 평가받기도 한다.또한 민주주의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들 간 전쟁이 부재하다는 주장을 펼치기에는 사례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민주주의 국가의 수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냉전의 종식을 분수령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따라서 제2차 세계대전을 기준점으로 잡아도 불과 70년밖에 되지 않은 짧은 역사를 통해 민주주의 국가 간 전쟁이 부재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소수의 사례로 전체를 대변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다.
민주주의 국가들끼리는 전쟁하지 않는다는 민주평화론은 국제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국제정치학 이론들 사이에서 국내정치의 속성을 토대로 설명한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갖는다. 하지만 외부로부터의 강제적 민주주의 이식과 급격한 민주화 과정은 많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국민들의 자발적인 민주화 과정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