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실패를 보는 다른 시각

갠적으로 고난의 행군의 책임을 전적으로 김정일의 사치로 돌리는 시각이나 동유럽권의 붕괴로 보는 시각이야말로 소위 "북한 전문가"들의 나이브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식적으로 개인의 사치가 나라경제를 붕괴수준으로 내리는 일은 서태후의 청나라 대에서도 실현되지 않았다. 게다가 청나라같은 봉건 국가도 아니고 2400만의 부와 생활이 강력한 행정력으로 장악된 국가에서 지도자의 사치로 국가 경제가 무너지는건 상상하기 힘들며, 동유럽 붕괴설의 경우 동유럽이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으며, 문혁 전후로 중국과는 노선차로 대립관계였으며, 사정은 소련도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고난의 행군의 직접적 원인은 북한 스스로에게서 찾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선군 정치로 인한 군수 경제의 특유의 경직성과 1인체제의 경직성이야 말로 재앙의 화근이었으며 고난의 행군은 결국 고름이 터진 사태였을 뿐이다.

나는 저번 게시글에서 선군 체제야말로 북한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였을 때 가장 안정적인 정치 체제임을 설파한바 있다. 군은 북한 정권의 핵심이자 정통성인데 비해, 당은 인텔리와 기회주의자들이 침투할 수 있는 취약한 기반이었다.

나의 의문은 이곳에서 시작한다. 왜 김정은은 자신에게 안정적인 정치적 기반을 허물면서까지 국가의 중심을 군에서 당으로 옮겨 놓으려고 할까?.
심지어 청년층의 불만, 그리고 관료체제의 불만이 드러나는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다. 이와 같이 당 중심의 체제는 김정은 체제의 불안요소가 되고 있는데 말이다.

나는 이러한 정황들이 김정은과 북한 수뇌부 입장에서 선군 정치로 인한 군사 중심의 행정과 정부 구조들이 상당한 비효율성과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기 때문이라고 간주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불안요소가 있더라도 북한 내부의 효율성을 증진시키려는 노력인 셈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러한 추측은 베트남의 모델에 김정은이 관심을 가졌던 이유도 설명해준다. 베트남 자체는 중국처럼 외자와 제한없는 개방이 아닌 내부 체제 개혁, 즉 당 체제의 개혁이었기 때문이다.

북한 당군관계 1월 24일

북괴의 당-군관계는 중국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는 역사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되는데, 중국은 홍군(팔로군)이 중국공산당의 하부 조직에서 출발했다고 명확히 서술하고 있는 반면, 북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여부를 치워놓고 보더라도 김일성이 내세우는 항일투쟁의 주역은 조선로동당이 아닌 항일 유격대를 유래로한 조선인민혁명군이기 때문이다. 조선로동당은 카륜회의에서 시작된 그의 건국 커리어의 피날레를 장식할 뿐이다.

중국의 투쟁 주체와 건국 주체가 "중국공산당"임이 명확한 반면에, 북괴의 경우에는 건국의 주역이 "김일성과 조선인민혁명군" 이었다. 게다가 김일성의 회고록에서도 밝히듯이 "종파주의자들이 날뛰며" 그의 권력집단에 반발했던 투쟁의 장이 바로 조선로동당이었다, 그렇다보니 태생적으로 당과 군의 관계에 우열이 정해질 수가 없었다.

김정일 말기에 당과 군의 신경전이 재점화될때 당이 군에게 압도당한 모습을 보인 것도, 군이 가진 프라이드와 역사적 위상이 당을 압도하는 내부의 권력 흐름과 문화때문일 것으로 생각될 여지도 있다.

이는 김정은의 정상국가화를 심각하게 방해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김정은이 당을 이용해 군을 통제하기는 하나, 당의 통제가 겨우 국방위원회의 해체, 그리고 할배시절의 중앙군사위의 강화로서 그친 것도 증거라고 생각하며, 군의 위상이 인민해방군의 그것처럼 낮아지지 않았다는 것.
또한 김정은 집권기에 초기에 북한은 우상화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극성스러움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얼핏보면 김정은 본인의 우상화를 하지 않는다는 제스처를 보이기도 했다. 김정일이 집권 이전부터 자신에 대한 우상화를 시도한 것과 다르게 김정은은 최고지도자가 되어서도 생각보다 우상화를 시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본격적인 우상화는 김정은이 아버지가 물려준 군 기반에서 당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강해졌다. <김정은 장군찬가>와 <공식초상화>등이 나타나고, 엄청난 행사들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당-군의 대등한 공존이 결국 당을 통제할만한 명분이 백두혈통이라고 불리는 "장군의 현현"밖에는 없다보니, 이러한 아이러니가 우상화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북한의 정상국가화는 매우 아이러니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북괴는 그 태생부터가 비정상적이었으며, 김일성 살아생전에서도 당과 군이 대등하게 경쟁 관계에 있었다. 그러니 김정일은 선군정치를 내세우며 군이 가진 "항일 정통성"을 이용해 모든 권력과 명분이 그에게 집중되도록 하였다. 따지고보면 시행착오를 거친 가장 효율적인 권력 구조 개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몇년전부터 정도가 심해진 김정은의 우상화는 이 비정상국가의 조타수가 된 김정은이 이 구조를 타파하는 도중 한계에 부딫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중국의 당군관계를 북한에 투영하거나, 북한의 당군관계를 중국의 그것에 투영하는 것은 그 자체부터 큰 오류를 낼 수밖에 없다. 북한의 우상화와 권력구조는 중국과는 매우 다른 근본을 가지고 있으며 상당히 복잡한 내부 사정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8월 20일

몇몇 인사들은 "미국이 제재해도 북한은 무너지지 않는 대단한 나라다!" 라고 자긍심을 가진다.
그리고 이는 일부 사실이다. 대북제재는 사실 제재(sanction)의 통상적인 학설대로 북한의 체제를 상대로 실제로 큰 데미지를 주는데는 별 효과가 없다. 북한은 2000만의 인구를 행정적으로 기층조직까지 철저히 통제하는 개발도상국의 아웃라이어같은 국가이기 때문이며, 북한은 수십만의 아사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국가 조직을 유지했을 정도로 치밀한 체제임을 스스로 증명하였다.
그러나 대북제재는 다른 면으로 심각성을 보이는데, 북한으로 유입되는 부를 틀어막아 북한의 추가적인 경제적 발전이나 국부의 증대를 옥죄는데는 너무나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점에서 (북한에게는) 심각하다. 물론, 중국의 민간과 밀수에 가까운 절차를 통해 대북제재 위반은 충분히 있을 수 있으나, 너무나 당연하게도 지하경제를 통한 외부 자원의 수급은 생존 이외의 무언가를 하려면 그 한계가 당연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2019년에 미국에게 대북제재를 해제해달라는 것을 최우선의 협상조건으로 내밀었던것은, 북한이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음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김정은은 그저 북한의 컨트롤 타워를 군으로부터, 민간과의 미시적 접촉이 잦은 전문가 위주의 "당"으로 바꾸고, (그로 인한 체제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민간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전략을 사용하여 북한이 자력으로 끌어낼 수 있는 모든 자원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 뿐이었다.
실제로도 그의 시대에 경제적 상황이 개선되었을 지언정, 김일성 시대처럼 거대한 경제적 프로그램을 밀어붙여 비약적 경제성장을 보이지는 못했다. 김정은 시대에서는 북한의 수준과 생산력에서 얻어야 할 당연한 수준의 경제력을 이룩하였을 뿐, 그러한 상황에서 국부의 효과적인 증대를 기대하긴 어려웠던 것이었다.
김정은 체제가 전임자인 김정일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선군정치 시스템의 비정상성으로 볼 수 있으며, 군대와 통제로 가득찬 경제가 얼마나 비효율적이었나를 증명하는 꼴이었고, 김정은 그저 정상으로 회귀하였을 뿐이다.
북한 경제에 대한 낙관론은 아직 금물인것 같다.
한국이 일본과 교류하면서 기술뿐만이 아니라, 국가의 발전 모델을 자연스럽게 도입한 것과 달리, 북한은 김일성 시대부터 북한은 경제 발전에 대한 이론이 소련식 자원 투입형 성장에 집중되어 있었다.
나는 김정은 체제의 실무진과 조직들도 이 모델로부터 크게 탈피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자원 투입형 성장이론을 따르면서도 투입할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은 큰 문제점이며, 북한 역시도 자신들의 경제 플랜에서 이 문제를 제 1의 문제로 인식했기에 대북 제재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21세기에서 자원 투입형 성장모델을 따르며 실제로 투입할 자원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얼마만큼의 효율을 보일지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