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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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행자목)
Ginkgo, maidenhair tree
100%
학명 Ginkgo biloba
(Linnaeus, 1771)
분류
식물계Plantae
분류군 관다발식물군Tracheophytes
은행나무문Ginkgophyta
은행나무강Ginkgoopsida
은행나무목Ginkgoales
은행나무과Ginkgoaceae
은행나무속Ginkgo
은행나무G. biloba

개요

은행(銀杏)은 동아시아 원산의 나무로, 암꽃과 수꽃이 각각 다른 그루에 있는 자웅이주(雌雄異株)이다. 가을이 되면 낙엽이 지기 전에 잎사귀가 샛노랗게 물들어 아름답고, 병해충에 강한 특징 등 다른 여러 장점이 있어 가로수로 많이 심는다.

은행은 침엽수활엽수도 아닌 독자 계통군을 형성하는 식물로 분류된다. 침엽수는 별도로 구과식물문(Pinophyta)이라는 계통군으로 분류되는데, 예전에는 은행나무를 구과식물문의 하위[1]로 분류했으나 구과식물문에는 없는 정자를 생산한다는 특징 때문에 현재는 은행나무문(Ginkgophyta)라는 독자 계통군으로 분류하는 게 정설이다. 마찬가지로 겉씨식물소철 역시 편모를 지닌 정자를 발견하여 소철문(Cycadophyta)이라는 독자 문(Division)을 형성하여 대부분의 침엽수(Pinophyta)와는 구분된다.

살아있는 화석

1문 1강 1목 1과 1속 1종만이 현존하는 식물로, 지질학상 고생대 페름기부터 자랐고, 당시 현존하던 생물종의 96%를 날려버린 페름기 대멸종을 버티고 꿋꿋하게 현대까지 살아남은 근성있는 나무다. 7속 수십 종이 있었다고 추측되고 있으나 초기 쥐라기부터 점점 줄기 시작하여서 신생대 팔레오세에 와서는 북반구에만 남았었고 플라이오세 말기에 거의 멸종해서 현재에는 동아시아에 1종만이 남아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은행나무 한 종(Ginkgo biloba)을 제외한 이 통째로 증발한 것이다. 사실 은행나무문도 다른 종들이 많았지만 급격히 그 숫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현재 '은행나무문'은 식물계 하위의 10여개 문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종의 수가 적다. 2번째로 종의 수가 적은 마황, 네타, 웰위치아가 속한 마황문 하위종에도 70종 정도는 남아 있고, 그 다음인 소철문의 하위종도 160개 정도는 된다는 걸 생각했을 때 단 1종만 남아 있는 경우는 경이로울 정도이다.

쇠퇴한 이유

현재 은행나무는 IUCN 적색 목록에서 멸종위기종(EN, Endangered)에 속해 있다. 한국에서는 가로수 등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은행나무가 멸종 위기종이라니 이게 뭔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겠지만, 야생에서 사람의 도움없이 번식하고 자생하고 있는 은행나무 군락을 거의 볼 수 없다는 것이 지정의 이유다. 중국저장성과 진포산 일대에서 소수의 서식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어서 IUCN 적색 목록의 야생 절멸종(EW, Extinct in the Wild)에는 속해있지 않다.[2] 다만 저장성 지역은 오래전부터 사람의 손길이 닿은 곳인데다 이 일대에서 수도승이 은행을 심어 가꾸었다는 기록도 있고 자생한 것 치고는 유전자풀이 지나치게 좁은 등 여러모로 미심쩍은 정황이 있어 해당 은행나무들이 진짜 야생 개체인지는 불분명하다.[3]

쥐라기에 전성기를 보낸 은행나무종들은 백악기 중기부터 쇠퇴하기 시작한다. 트라이아스기 후기 3-4계통으로 분화한 집단 중 현존하는 은행으로 이어지는 계통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 계통은 백악기에 이미 멸종한다. 하지만 의외로 K-Pg 멸종은 무사히 넘겼는데 그 이후 신생대에 들어서면서 계속해서 서식지가 축소되어 간다.

남반구의 은행나무종들은 신생대 초기에 태즈매니아아르헨티나를 마지막으로 멸종한다. 그래도 북아메리카와 유라시아에서 고위도를 중심으로 널리 분포하고 있었는데 남극이 남아메리카와 분리된 여파로 지구가 한랭/건조해지면서 된서리를 맞는다. 북아메리카에서는 북동태평양 연안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은행이 1500만년 전 멸종하고, 그 다음 유럽, 일본에서 멸종, 최후빙기 후에는 중국 중남부와 동남부 일대의 형제 종들은 모두 멸종하고 '은행나무(Ginkgo biloba)' 한 종만이 남게 된다. 우리나라나 일본으로 넘어온 은행나무는 이 중 동남부 출신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신생대 플라이스토세까지는 한반도에서도 자생했다.

은행나무 종들이 특별히 말로가 비참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뿐만 아니라 겉씨식물 전반이 신생대에 많은 타격을 받았다. 속씨식물과 비교했을 때 의외로 속씨식물보다 겉씨식물의 각 집단에 속해있는 종의 종 분화 나이가 젊은 편으로, 신생대 중-후반기에 다들 절멸 직전까지 몰렸다가 다시 종분화로 그나마 지금 수준의 종 수를 회복한 것이다.

은행나무 종들의 대량 멸종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매개동물의 멸종의 영향이 컸다. 은행나무는 '은행'이라고 불리는 종자의 존재에서 알 수 있듯이 겉씨식물 중에서 특이하게도 종자[4]로 후손을 퍼뜨리는 종이다. 중생대까지만 해도 은행나무의 씨앗을 퍼뜨리던 매개동물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러한 매개동물이 신생대 즈음에 멸종한 것으로 추정되며, 그와 함께 심각한 타격을 받고 분류군 자체가 쇠퇴해버렸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은행나무의 유일한 매개동물은 인간이다. 다른 동물들은 은행 종자를 안 먹는다. 새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으며, 수많은 견과류의 매개동물을 담당하는 다람쥐청설모도 건드리지 않는다. 애초에 대부분의 동물들에게 은행은 절대 먹으면 안되는 유독성 먹이다.[5] 심지어 어지간한 건 다 먹는 벌레도 거의 안 먹는다.[6] 인간이 손을 대지만 않으면 가을에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들이 겨울을 지나 초봄이 되어서도 말라비틀어지고 쭈글쭈글한 채 여전히 남아있는 걸 볼 수 있다고 한다. 과거 은행 종자를 먹고 이를 퍼뜨려주던 멸종된 매개동물은 이러한 독성이 통하지 않거나 적응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은행나무속 식물은 화석 주변의 퇴적 환경을 볼 때, 소나무, 아까시나무, 자작나무처럼 어느정도 교란된, 특히 물가 등에서 잘 자라는 나무였다. 양수인데다가 맹아지가 잘 자라고 삽목이 잘 되며 흐르는 물이 많고 투수가 잘 되는 환경에서 잘 자라는 것이 은행나무가 하천 주변에서 자라는 수변식물임을 입증한다. 하지만 은행나무의 씨앗이 크고, 성장이 느리며, 성숙기가 늦는 것은 이제 와서는 교란된 환경에서 자라는 나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특성이다. 특히 은행나무는 관목이 생겨나기 전에 진화한 식물로, 관목이 캐노피를 덮어버리면 어린 은행나무가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유일하게 살아남은 종인 현재의 '은행나무(Ginkgo biloba)'는 장수는 물론이거니와 본줄기가 죽거나 베어내도 맹아가 돋아나는 좀비 수준의 생명력, 열대나 한대만 아니면 어디에서든 자라는 적응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매개동물이 사라지고 관목이라는 경쟁자가 위협하더라도 종 자체의 끈질긴 생명력으로 근성있게 버티다가 간신히 인간이라는 새 매개동물을 만나 살아남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때문에 만약 인류가 멸종하면 함께 멸종할 생물 종 1순위로 뽑히기도 한다.


  1. 육질의 가종피가 있어서 주목과 가깝다고 보았다
  2. 야생 절멸종에 속해있는 원예식물로 대표적으로 엔젤 트럼펫이 있다. 더 글로리에서 나온 천사의 나팔이 바로 이것
  3. 비슷한 처지의 나무로는 메타세쿼이아가 있다.
  4. 흔히 은행 열매라고 하지만 정확하게는 열매가 아니고 종자다. 속씨 식물이 아니니까. 종자에 과육 형태의 육질 외피가 있는 것이고 그걸 먹는 것이다.
  5. 사실, 이는 엄밀히 따지자면 인간도 마찬가지다. 은행 종자에는 후술하겠지만 청산배당체의 일종인 '아미그달린'이 포함되어 있고 이 물질은 체내에 흡수되면 독성물질인 시안화수소로 바뀐다. 인류가 음식을 익혀먹는 화식(火食)을 하고 식량이 아닌 '약효'를 보고 무언가를 섭취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은행이 요긴한 것이지 은행 종자는 날로 먹으면 위험하고 대량으로 먹기에도 독성이 위험해서 식량 자원으로 쓰기에는 어렵다.
  6. 심지어 아예 미생물인 세균도 안 먹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불확실하다. 그 외에 곰팡이 정도는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