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세계

천하체계: 21세기 중국의 세계 인식
天下体系 世界制度哲学导论
Zentralbibliothek Zürich Das Kapital Marx 1867.jpg
저자자오팅양
국가중국
언어중국어
주제정치학 정치철학


천하세계는 자오팅양 교수가 발표한 책 중에 하나이다. 자오팅양은 <천하체계: 21세기 중국의 세계 인식>에서 천하담론으로 중국식 세계질서를 주장하고 나선다. 저자는 오늘날엔 중국식 천하체계가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데 더 적합하다고 말한다. 세계인이 이 아이디어를 수용하려면, 기존의 그것에 대한 비판이 필요한 셈. 그는 국가적 차원에 있어 중국 고유의 넉넉한 마음씨를 내세우고, 무엇이든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서양식 마인드를 비판한다.

원칙적으로 중국 사상은 어떤 '타자'도 거부하려고 하지 않는다. '타자를 거부하지 않는 것'이 중국의 전통 정신이고, 민족주의의 형태야말로 서양의 사유이다. '타산지석'과 같은 부류의 논조가 바로 중국의 사유를 비교적 간단하게 묘사한 것이다. (p.24)

저자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중국의 한족은 굳이 남의 땅을 넘보지 않았다. 둥근 마음씨를 가진 이들은 다른 민족들이 어떤 문화를 갖든지 간에 그것을 존중했고, 교류했다. 한족의 문화를 마냥 강요하지 않고, 타민족들과도 조화를 이룬 것이다.반면, 서양은 조화보단 약육강식이다. 서양철학의 뿌리 중 하나인 홉스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싸움을 말한다. 자고로 세상사는 싸움의 연속. 이 같은 발상이 태동시킨 세계는 서양으로 하여금 각종 정복을 정당화하고, 전쟁을 합리화하였다. 십자군 전쟁부터 대항해시대, 절대왕정 그리고 두 번의 세계전쟁까지. 적 아니면 친구란 식의 흑백논리를 지금까지 대물림하고 있다. 그리고 서양식 사고방식이 주도하는 오늘날에도 이념 갈등이 사라졌다고 한들, 세계 곳곳엔 물리적 충돌이 여전하다.자오팅양은 이를 서양식 발상이 국가보다 높은 차원의 시야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서로를 적으로 상정하고 언제든 이익을 위해 돌아설 수도 있다는 대목은 역사적으로 여태까지 국가간에 부실한 신뢰관계를 쌓았을 뿐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견해다.

바로 서양 정치 철학의 시야는 국가라는 사유의 단위를 뛰어넘을 수 없었기 때문에 세계를 단위로 한 정치 문제를 정확하게 사유할 수 없었고, 세계에서 출발한 정치의 이상을 제공할 수 없었으며, 세계정치에 관한 철학적 근거도 제공할 수 없었다. 서양 철학은 서양의 가치관을 '보편적인 것'으로 믿었지만, 이것도 단지 서양의 지방적인 관념을 세계에 강요하려고 한 것이지 결코 '세계를 세계로 보는' 어떤 이론이 아니었다. (p.34)

법은 사람 사이의 갈등을 중재한다. 이는 법을 세우고, 강제할 수 있는 국가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서양식 세계질서엔 국가 사이를 중재할 수 있는 제도나 권력이 부재한다. 혹자는 UN이 그 역할을 하지 않냐고 묻는다. 그러나 저자는 UN은 국가 제도 위에 존재하는 세계 제도와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권력이 존재하지 않기에 협상의 성질을 띤 기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p. 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