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여행하며 출산률에 대해 생각해보다

Chapter 1 - 부(Wealth)의 부재에서 오는 경쟁

볼 수 없지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경쟁

​단순한 가족상봉 목적이 아닌, "관광"을 목적으로 10년만에 "제대로" 본 한국은, 어려서부터 미국에서 자라온 나에게는 좀 생소한 풍경이었다. 나에게는 생소했지만, 서울에서 자라온 사람들에게는 어제와 같은 풍경이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한국이니깐 당연히 지인, 가족, 그외 사람들과도 만나 이여기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은 인프라가 좋다, 이것저것 먹을게 많다, 안전하게 살기 좋다>> 라고 말하면서 풍요롭고 안전한 자국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이따금씩<<자원도 없는 좁아터진 국토에서 사람들이 경쟁하며 산다>>고 말하기 마련이다

반가움을 뒤로 하며, 나는 두 모순을 곰곰히 생각했다: <<풍요로운 곳이 자원이 없다면 대체 무엇이 풍요이며, 풍요로운데 대체 무엇을 두고 경쟁을 하고, 경쟁에서 밀린 사람들은 왜 박탈감을 가지는 것인가?>>

이러한 질문을 품고, 여행을 하며 찾은 내 결론은, 한국은 자산적으로는 빈곤한 나라가 아니지만, 개인에게 할당된 "부"가 적은 국가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자신이 여유롭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부"를 확보하기 위한 "자산(비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부를 확보하기 위한 비용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수직적 사회 구조에서 차등으로 밀리지 않기 위해, 자신의 젊음을 무던히 희생하며 경쟁을 치열하게 하고 있으며, 이는 사회의 비효율성과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개인에게 할당되는 부가 부족한 한국

우리 사촌 형은 사업적으로 너무 잘 되고, 60층짜리 아파트에 산다. 그는 자타공인 이 사회의 "승리자"이다. 그 형이 사준 고모네 집이 우리 집의 5배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 형은 엄청난 노력과 투지로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단순 근로소득으로 이런 성과를 얻어내었다. 불로소득으로 번 돈을 자랑하기 좋아하는 자본주의가 낳은 병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사람인 것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대단하다고는 생각하지만 별로 부럽지는 않았다. 60층짜리 주상복합이든, 고급 빌라든, 주공아파트든 어짜피 닭장인건 매한가지다. 심지어 우리 집은 그 집보다 넓기도 하고, 거기에는 없는 것들이 우리 집에는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정원과 후원이 있고 단지앞에 호수 공원이 있고, (공용이지만) 수영장도 있고, 스파도 있고, 단지 문 뒤에 쇼핑몰과 시내가 있으며 에어컨 빵빵한 도서관이 있다. 글고 이웃들이 왠만하면 노인들이라 시설을 거의 나만 쓴다.

그렇다 보니, 한국 부자들의 주변 환경이라는게 나보다 특별하게 나아보이진 않았다. 그저 자산, 옷과 차, 악세서리의 차이일 뿐... 근데 목사가 흰티에 청바지 입고 설교하는, 캐주얼이 잡아먹은 캘리포니아에서 그런걸 입고 다닐 일이 있나. (한국에 양복 가져가려 했는데 제작년에 산 양복 좀먹어서 버렸다)

그러나 그 형만큼의 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한국에는 수두룩빽빽하다. 한국은 고급 주거지까진 아니더라도, 왠만한 도시에서 집을 보유하고 살 수 있는 경제 수준이 된다면 그나마 여유로히 애 키우고 살 만 한데, 그 중에서도 고급 주거지가 제공하는 시설과 환경마저도 미국의 중하위층인 나에게 크게 매력적인 조건으로 다가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살만한 곳은 어딜 가도 사람이며, 강변 풀밭에 누우려 해도 옆에 사람에 치이고, 도서관, 독서실에 가도 사람에 치인다. 이러한 개인 시간의 부재는 생활의 여유와 질을 떨어트린다. 상황이 이러하니 달러로 환산된 소득을 재껴놓고, 한국에서 미국의 중산층 정도가 누리는 부를 이룩하기 위해 필요한 실질 자산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수직적인 사회 구조와의 환장의 콜라보

미국에서는 정말 억만장자가 아닌이상은, 대부분의 사람이 집이 좋아봐야 복층이냐, 좋은 마을이냐의 차이라서 결혼시 주거조건을 까다롭게 따질 필요가 없다. 따진다면 "직업" 정도이고, 중산층은 왠만하면 (융자를 조금 끼더라도) 자기 주택을 가지고 있다. 중산층 끄트머리에 진입하는 것도 신분과 기술이 있다면 크게 어렵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 닭장마저도, 차등화와 비교가 너무나 쉽기에, 상대가 나의 조건을 까다롭고 디테일하게 따질 수 있다. 닭장별로 생활 수준이 차등화되어있고, 조건이 안 좋은 곳에서는 사람이 살기 힘드니 자연히 암컷들이 자신의 둥지를 틀 조건을 하나하나 따지는 것이고, 수컷들은 어필하기 위해서 결국 자기 둥지를 자랑하는 꼴이 되는 것이 한국이다.

둥지조차 만들 수 없는 사람들은 박탈감을 안고 사는 것이고.. 다른 사람이 자신의 레벨을 함부로 예단할 수 없게끔 명품에 집착하거나, 미혼자들은 악조건에도 상대방을 타협하게 만들 수 있는 외모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그나마 가진 사람들도 현실에 안주하는 선택지가 아닌, 자신의 선택지를 넓힐수 있는 알파가 되기 위해, 고급 닭장과 그를 유지할 수 있는 직업으로 사람들이 올라가려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엄청난 노력을 하며, 결혼등의 부수적인 것을 희생하려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분석은 남자들이 30대 중후반에 결혼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줄어가는 젊음과 늘어가는 자산이 서로 교차하는 곳, 자신이 이성을 고르는데 있어서 최선의 선택지를 누릴 수 있을 때라 판단될 때 결혼을 하는 것이다.

비정상을 자각하지 못하는 곳

이러한 모습을 본 나는 이러한 광경이 정상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며, 통상 한국인은 자신의 주위의 생활 환경이 비정상적이라는것을 자각하지 못할 뿐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내가 보기에는 경쟁을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국토가 정말 비좁은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한 것은 사람들이 너무 몰려 사니, 서로 비교하고, 얼핏 보는 것만으로도 쉽게 차등화가 된다. 한국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기에는 허들이 너무 높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여유가 없으며, 포기한 자들은 무한한 박탈감을 가지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은 생존으로서의 무언가라기보다는, 자신의 기본적 욕망이 채워지지 않는 것에 박탈감을 느끼는 감정인 것이다.

그걸 이기적이라고 말해야 하나? 나는 오히려 이성적이라 말하고 싶다. 나는 오늘날의 청년문제나 출산율 자체가 개인주의나, 양극화의 문제라기보다는 그냥 한국은 한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부 자체가 미달되어 있으며, 게다가 부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일어나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기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Chapter 2 - 탑 티어 인재들의 수용이 불가한 국가.

Chapter 3 - 남자들은 삶이 하드코어하고 여자들의 삶은 기구하고 불공평하더라.

Chapter 4 - 바보야, 문제는 부(Wealth)이지 달러(Dollar)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