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크

정치사상

로크의 정치사상을 이해해보면 로크의 정치사상의 기본구조는 자연상태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계약, 사회계약 이후의 국가의 목적과 정부 형태의 설명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이와 더불어 로크의 자유주의적 정치사상의 핵심으로 지적되는 무제한적 사적소유의 정당화방식으로서 소유권논증을 들 수 있다.

자연 상태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상태”로 설명되는 홉스의 자연상태 논의와는 달리 로크의 자연상태는 하나의 공동체 내부에서 존재하는 일정한 상태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개인이 다른 이들에 대하여 갖는 “관계”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즉 로크는 아메리카 삼림 속에서 스위스 상인과 인디언이 “서로의 관계에서는 완전히 자연의 상태”(통치론, 14절)에 있다고 하며 자연상태는 시민사회를 거쳐 정치사회, 즉 시민정부로 이행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관계적 개념인 자연상태의 내용은 각 개인이 “평등한 상태”이며(4절) 자연법에 의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8절) 이러한 자연상태가 유토피아적인 상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해소시켜야할 홉스의 “공포”상태와는 다른 것이며 단지 자연법의 집행을 담당할 주체가 없다는 점, 모두에게 군림하는 통치권자가 부재된 상태라는 점을 특징으로 들고 있다.

로크는 통치론 전반에 걸쳐 자연상태에서 시민사회로 이전되는 핵심적 과정을 각 개인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동의로 규정한다. 예를 들어 “스스로의 동의로써 어떤 정치적 사회의 일원이 될 때까지는 줄곧 그러한 상태(자연상태)에 머물러 있게 되는 것이라고 확언하고 싶다.”(15절)라고 설명하는 것과 같이 “동의”가 시민사회, 더 나아가 시민정부를 구성하는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로크의 “동의”행위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리를 양도하는 행위를 의미하므로 자신이 가지고 있지 못했던 권리-예를 들어 자신의 생명을 처분할 권리-는 양도하지 못한다. 따라서 절대국가 또는 침략국가를 인정하는 것은 개인이 자기 자신조차 갖지 못한 권리를 양도한 것이 되어 모든 개인이 그 국가의 절대적 권한을 지지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국가는 부당한 것이 된다. 즉 로크의 “동의”행위 역시 자연법의 울타리 안에서 행해지는 것이며 이러한 한계를 벗어난 동의는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23절)

그렇다면 왜 인간은 시민사회와 시민정부를 구성하는 “동의” 행위를 하는가? 로크는 이에 대하여 “재산(생명, 자유, 및 자산)의 보전이야말로 사람들이 서로 결합하여 국가를 형성하고 통치에 따르려는 경우의 주된 목적이다”(124절)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로크의 이런 설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먼저 재산권의 존재, 특히 생명과 자유와는 다른 성질의 토지와 물품과 같은 자산의 소유권 존재에 대한 논증이 필요하다. 로크는 통치론 5장에서 재산에 대한 자연적 권리가 어떤 일반적 합의 또는 타인의 동의 없이도 자연상태에서 존재함을 논증하고 있다. 로크의 재산권 이론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고 있으나 정치경제학적 관점(특히, 맥퍼슨의 해석)에서 로크가 무제한적인 사유재산권을 자연법의 원칙에서 인정하였다는 주장은 무리라고 할 수 있다.

로크의 국가론의 핵심은 시민사회의 동의이며 그 시민사회의 동의는 자연법적 한계에서 자신이 가진 권리를 양도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양도된 권리는 새롭게 형성된 공동체의 지향점으로 설정되며 공동체는 양도받은 권리의 보호를 위해서 운영된다. 따라서 시민사회에서 합의되어 형성된 공동체인 국가는 외적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비롯하여 자연상태에서 해결할 수 없었던 시민간의 분쟁해결의 주체로서 기능한다.

로크의 통치론의 주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이러한 정부가 정당화되기 위한 요소를 논증하는 것이었다. 로크는 “인류의 역사를 통해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세상에 권력을 지닌 자가 있는가도 어디에서 그것이 생겼는가도 아니고, 누가 그것을 가져야만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106절)라고 하여 정당한 정치권력을 누가 보유할 것인가의 문제를 깊이 있게 고민하였다. 로크는 제한된 권한을 갖는 정부가 시민의 자산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의 정부로 보았으며 절대적 또는 독재적인 정부 하에서 시민의 생명, 자유, 재산은 자연상태보다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보았다. 결국 로크의 정부론의 핵심은 통치권 통제의 문제였으며 이는 의회권이 우월한 권력분립으로 나타난다. 이상과 같은 다양한 지점에서 여전히 로크의 통치론은 논의해 볼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