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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 정권의 "중도 딜레마"
권위주의 정권은 그 특성상 중도적이고 현실주의적으로 치닫거나, 아니면 폭주하게 된다. 먼저 "폭주"라는 것을 정의해야 하겠지만, 권위주의 정권의 상태를 "폭주 상태"와 "일반 상태"로 분리해서 분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오쩌뚱은 그 자체로도 카리스마있는 리더였지면, "초기 마오"의 신민주주의구상은, 사회주의 국가를 세운다기보다는 공산당에 의해 영도되는 수많은 계층과 자본가까지 포괄하는 정권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마오쩌뚱은 자신의 저서에서 신민주주의개념이 부르주아 민주주의(자유민주주의등) 에 가깝다고까지 언급했다.
마오의 중도적 이념으로 인해, 마오는 고단한 정치적 여정을 견뎌야 했다. 그의 전반적 혁명과정은 극단사회주의분자들과의 싸움이기도 했으며, 그는 자신이 중도가 되기 위해서 소련식 사회주의자들의 극단과 원수가 될정도로 싸워야 했고, 소련의 추종자들을 당에서 힘으로 찍어눌러야 했기에 권위를 추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오의 권위가 극단을 달리던 문혁 시절마저도 아래로부터의 평등한 토론(또는 조리돌림)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마오의 위치가 누구도 뛰어넘을 수 없을만큼 엄청났고 중간에 존재하는 마오의 존재감으로 인해 극단주의자 마저도 "중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신중국 성립 이후, 마오는 중국 정치의 유일무이한 "사회자" 였던 것이고, 다른 정치인들과 사회명사는 "토론자"에 불과했다.
이후 문화대혁명으로 폭주하던 마오가 죽은 이후, 현대 중국의 관료체계가 복원되기 시작하며, 이념지향적 사람들과 실리주의자들의 싸움이 시작되었고, 결국 덩샤오핑이 승리하며 이념지향적 사람들을 퇴출시키게 된다. 그 역시 서구화는 단호히 반대하며 천안문 사태를 저지르면서까지 서구의 자유화를 탄압했으나, 반면에 마오쩌뚱의 잔당을 집요하게 처단하였고, 당에서 마오의 이념적인 잔당을 견제하려 노력했다.
이와같이, 권위주의 정권은, 권위와 자유라는 측면에서는 권위의 극단을 추구하겠지만, 국내정치적 스탠스는 상당히 현실적이고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으며 내부적으로 극단주의 세력을 억제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중국 뿐만 아니라 많은 권위주의 정권이 보이는 딜레마이다.
소련, 중동의 여타 권위주의 정권 이 "중도의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소련 역시도 관료들의 지지를 받는 스탈린이 트로츠키와 같은 이념을 중시하는 지식인들을 대숙청으로 쓸어내었다. 시리아의 아사드도, 서방 지향 자유주의자들과, 이슬람 극단주의자를 둘다 탄압했으며 극단주의 종교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세속적 이념을 통한 통치를 단행했다.
또한 북한마저 그 예외가 아니다. 권력 투쟁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한 사람들은 이념지향적 갑산파나, 연안파같은 사람들이 아닌, 결국 소련의 지원과 어중이떠중이들이 "항일투쟁"이라는 한 가치에 뭉쳐있었기에 실리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었던 "김일성의 노선"이었고, 이러한 김일성파의 비이념적 성향은 독자적인 "주체사상"을 통해 원판 사회주의를 국가이념에서 끌어내리기까지 했다. 심지어 김정은 시대인 오늘날에도, 북한 내부에 강경파가 있다는 소리가 들리고, 김정은은 이들을 통제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는 소리까지 들려오는게 오늘이다.
권위주의 지향 세력이 제한 없는 힘을 추구하는 계기가 바로, 중도성향을 가진 세력이 특정한 기준을 가지고 강경해지며 극단주의를 적극적으로 견제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극단주의 세력이 초기에 권력을 잡더라도, 그들이 국가를 운영하면서는 현실주의적 노선을 취할수밖에 없고, 이는 필연적으로 극단주의 노선과의 충돌을 불러온다. 또한 이 상태에서 이념에 경도된 극단주의 세력이 현실주의적 노선을 타는 세력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경우, 그 권위주의 국가는 폭주하게 된다. 나치나 탈레반처럼 말이다.
나는 대부분의 권위주의 정권을 분석하는데 있어서 권위주의 국가의 정치 지형을 이해하며, 중심세력들이 "권위"를 찾는 동기를 분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다. 권위주의 정권이 가지는 이념의 극단성이 아니라, 정치 지형상에서 이 극단 세력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권위를 추구하는 동기를 이해하는 것이 이들의 행동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