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경제/부정

설비투자 침체 심각

미국ㆍ일본 그리고 유럽 여러나라 백화점의 진열대를 풍성하게 장식했던 한국상품들은 이제 가격경쟁력을 잃어 홍콩ㆍ대만ㆍ싱가포르 등 경쟁국과 중국ㆍ인도네시아ㆍ태국 등 개발도상국들의 상품들에 의해 판매대에서 밀려나고 있다.

수출부진에 못지않게 심각한 것은 설비투자의 침체이다. 기업의 설비투자는 현재의 성장 뿐 아니라 장래의 성장잠재력을 좌우하므로 말하자면 한나라 경제의 건강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라고도 할 수 있다.

지난 86년과 87년에 20%를 넘어섰던 설비투자의 증가율은 지난해 10.1%로 뚝 떨어졌다. 경제기획원은 올해 투자증가율을 작년과 비슷한 10% 수준으로 잡고 있으나 민간 경제단체들은 7%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기업인들의 투자 심리가 잔뜩 위축돼 있는 것이다.

수출과 투자의 부진은 경제성장률 둔화로 나타났다. 상반기중 경제성장률은 6.5%에 그쳐 작년 같은기간의 11.8%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경제기획원이 예상하는 올 경제성장률은 7%선, 7%의 성장률이 결코 낮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지난해 12%선에서 5%포인트나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 위기의식을 가중시키고 있다.

성장속도의 둔화추세와 더불어 고용도 악화되고 있다. 실업률은 88년 2.5%에서 올 상반기 2.8%로 늘어났고 하반기에는 3.1%로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대학졸업자의 고용사정이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기획원은 실업자는 58만3천명으로, 올해보다 5만5천명이 증가할 것이며 내년 중 평균실업률은 3.2%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자물가는 지난달에 이미 올해 연간억제목표인 5%에 다다라 목표내 억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태이다.

이처럼 경제관련 각종 지표는 분명 하강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위기의식을 뒷받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