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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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곰 (큰곰, 갈색곰, 갈색큰곰, 황웅)
Brown b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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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 Ursus arctos
(Linnaeus, 1758)
분류
동물계Animalia
척삭동물문Chordata
포유강Mammalia
식육목Carnivora
아목 개아목Caniformia
곰과Ursidae
큰곰속Ursus
불곰 U. arctos

개요

유라시아북미 전역에 걸쳐 서식하는 과의 대형 포유류. 흔히 곰 하면 가장 쉽게 떠오르는 종이며 한때 북아프리카의 아틀라스불곰, 멕시코의 멕시코불곰, 캘리포니아의 캘리포니아불곰도 있었으나 현재는 멸종했다.

이름의 어원

우리나라에서는 본디 반달가슴곰을 '곰'이라고 부르고, 불곰을 큰곰이라고 불렀다. 지금도 북한에서는 여전히 큰곰이란 말을 사용한다. 남한에서 자주 사용하는 불곰이란 말은 일본어 표현인 히구마(ヒグマ: 緋熊)에서 유래했다. 그래서 위키백과 등에서는 불곰이란 말 대신 큰곰을 표제어로 사용한다. 큰곰, 불곰뿐만 아니라 갈색곰이란 이름으로도 부르기도 한다.

일본에서도 원래 불곰을 히구마가 아닌 시구마(シクマ)로 불렀는데, 이는 羆(큰곰 비)에서 四(시)와 熊(구마)을 따로 읽은 것이라는 설이 있다.

그리즐리라는 말이 유명한데, 한국에서 회색곰으로 번역하는 이 단어는 바로 북미에 서식하는 모든 불곰을 통틀어 부르는 서양권의 고유명사다. 혹은 Ursus arctos horribilis라는 학명을 사용하는 아종을 나타내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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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를 잡으러 강에 들어간 어미 불곰과 새끼 불곰.

몸길이는 보통 2 m. 몸무게는 수컷의 경우 200~300kg, 큰 것은 360kg 이상 나가고 동면을 앞두고는 600kg 이상으로 살이 오르기도 하며 암컷은 그보다는 작아 80~260kg 정도 나간다. 수명은 20~30년 가량. IUCN의 적색리스트 상의 보호필요도는 least concern(최소한의 관심만 필요)등급으로 전반적으로 매우 개체수가 많은 대형 포식동물로 꼽힌다.

곰은 원래 육식동물에서 진화한 동물이지만 대부분의 곰들은 초식 위주에 육식을 조금 곁들인 잡식성인데, 불곰은 주식을 콕 집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곰 중에서도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 식성으로 유명하다. 보통은 먹기 쉬운 풀, 나무열매, 새순, 과일 등 식물성 먹이로 배를 채우지만, 새나 쥐, 곤충, 물고기 같은 작은 동물을 통한 육식도 하며 영양분이 많이 필요하면 사슴이나 들소처럼 큰 동물도 드물게 사냥한다. 기온이 매우 낮아 식물이 적은 북부 캐나다의 불곰들은 먹이의 70%를 육식으로 충당하는데, 불곰 중에서도 육식의 비중이 높다.

기본적으로 넓은 서식지를 가진 만큼 사는 환경에 따라 선호하는 먹이도 아주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열량이 높거나 단 음식을 좋아한다. 특히 무시무시한 갈고리발톱은 불곰의 고영양 섭취를 돕는 최고의 도구로, 땅을 굴착기처럼 파헤쳐 보통 동물들이 먹기 힘든 풀뿌리나 조개 같은 고영양 먹이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또한 단것을 특히 좋아하며 음식 냄새를 맡고 마을에 나타나기도 하고 벌집도 습격한다. 곰의 털가죽에는 벌의 독침도 소용이 없다.

1~3월에 동면하며, 동면에 앞서서 기존보다 많은 먹이를 섭취해 최대한 영양분을 비축해 두어야 한다. 특히 동면을 앞둔 10월~11월에는 캄차카 반도와 알래스카 남부, 캐나다 서부 지역의 강으로 엄청난 수의 연어들이 산란을 위해 거슬러 올라오기 때문에, 이때는 거의 모든 곰들이 다른 먹이를 뒤로 두고 연어사냥에 집중한다. 급격하게 성장해 돌아온 연어들은 곰들에게 굉장한 분량의 영양분을 제공한다.

보통은 넓은 영역을 두고 서로를 경계하며 살지만 이때는 좁은 강가에 몰려들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올라오는 연어를 기다린다. 경험 많은 곰들은 오랜 사냥으로 쌓인 노하우를 발휘해 한 번에 엄청난 양을 잡기도 하지만 미숙한 곰은 한 마리도 제대로 못 잡고 다른 곰들이 먹다 남긴 것으로 해결하기도 한다. 큰 덩치로 서로의 연어를 빼앗기도 하고 명당자리를 두고 싸우기도 한다. 사람으로 치자면 추석이나 추수감사절이 혼합된 정도의 이벤트라고 할 수 있겠다. 평소엔 한 마리도 보기 힘든 곰을 한꺼번에 여럿 볼 수 있고 오로지 연어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주변에 대한 경계심도 약해져 곰을 관찰하기에 최적의 상황, 이 시기가 되면 학자들도 바빠진다.[1] 곰이 남긴 연어는 다른 생물들의 먹이가 되거나 썩어서 숲의 양분이 된다.

연어나 송어 같은 물고기만으로 부족할 때는 포유동물도 공격하는데, 같은 설치류와 사슴 같은 커다란 발굽동물도 잡아먹는다. 일반적으로 불곰은 사람의 낌새를 느끼면 먼저 피하지만, 이때만큼은 먼저 사람에게 접근하기도 하는 등 사람에게도 위험할 수 있다. 티머시 트레드웰도 바로 동면을 준비하기 위해 영양분 축적에 혈안이 되어 있던 곰에게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이렇게 단단히 준비를 해도 동면이 원할하게 되는 건 아닌데, 신체의 신진대사 자체를 저하시키는 변온동물과는 달리 최대한 에너지를 아끼며 꾸벅꾸벅 조는 정도라 외부의 자극에서 자극이 주어지면 어느 정도 반응하고 가끔 굴 밖으로 나와 일광욕을 하기도 한다. 겨울잠 중에 먹이가 부족해지면 동면을 그만두고 다시 먹이를 찾아 아예 굴 밖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 가장 위험해지는[2] 시기가 바로 이 순간이다. 곰 자체도 매우 지쳐 있고, 그만큼 공격적으로 먹이를 찾기 때문.

생후 10~12년을 기점으로 성숙하여 늦봄에서 초여름에 발정기를 맞는다. 짝짓기를 한 암컷은 이듬해 겨울 동면 중에 출산하며 한 배에 1~2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새끼는 반달가슴곰처럼 흰색 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인데 완전히 자라면 없어진다.

장대한 체구에 어깨의 큰 혹이 신체적인 특징인데, 사실 이건 혹이 아니라 거대한 근육 덩어리다. 중에서도 머리가 크고 그만큼 턱이 발달해 있다. 북극권 근처에서는 북극곰과 서식지가 겹치기도 하는데 이때 먹이와 서식지 영역, 짝을 두고 다툼이 일어난다. 혹은 짝짓기로 그롤라 베어가 나오기도 한다.

서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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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불곰의 서식지를 나타낸 지도 (지도에 적색으로 칠해진 곳이 불곰이 서식하고 있는 지역이다.)

북위 40~45도 이북의 아시아[3], 북미 대륙 거의 전역에 서식하고 있었으나 인간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서식지가 많이 줄었다. 유럽에서는 북유럽, 동유럽 국가들과 스페인 북부와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을 제외하면 거의 절멸 상태이며 러시아에서도 산업화와 환경오염으로 수가 크게 줄었다. 북미에서는 주로 캐나다 북부와 알래스카에 살고 있다. 이들은 보통 그리즐리(회색곰)로 불린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에 분포하고 있으며 러시아에서는 유럽, 시베리아, 극동 지역에도 서식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 캄차카 반도 지역에 많이 살고 있다. 북한에도 개마고원함경북도 일대에 살고 있으며 량강도 두류산에서 배설물이 뉴질랜드 사진작가에 의해 발견되기도 하였다. 북한에서는 서식 지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4]

다른 동물들과의 관계

새끼 때는 한없이 약한 존재이며, 많은 포식자들의 노림을 받는다. 가장 위험한 상대는 동족으로, 다른 곰의 새끼를 발견한 곰은 자기 새끼의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 죽인다. 적과 굶주림, 질병 등을 극복하고 일단 장성하면 자연계에서의 천적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성체가 된 이후부터는 그 지역에서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한다.

호랑이와 불곰의 서식지가 겹치는 연해주와 북한, 중국의 국경지대 인근에서는 시베리아호랑이의 사냥감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2011년 캐나다 곰 연구 및 생태관리 국제학회에서 러시아 학자들이 발표한 시호테알린 산맥의 불곰-반달가슴곰-시베리아호랑이 간 종간 생태적 관계에 대한 내용발표 초록집에 따르면 호랑이는 주로 굴에서 휴식하는 곰을 공격한다.

몇몇 덩치 큰 곰들은 호랑이 발자국을 추적해 먹이를 빼앗는 등 호랑이의 존재를 유익한 방향으로 이용한다. 새틀라이트 베어(satellite bear)라는 용어도 있는데, 다른 포식자의 뒤를 쫓다가 그들이 사냥에 성공하면 주인을 쫓아내고 먹이를 강탈하는 곰을 말한다. 영양분의 상당수는 식물로 해결하기 때문에 이 정도만 해도 단영양분을 충분히 보충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 따라서 힘든 사냥을 할 필요성이 다른 육식동물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다. 덩치 큰 곰들은 호랑이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존재로, 일반적으로 불곰과 호랑이는 서로와의 접촉을 피한다.

늑대, 표범(아시아), 퓨마(북아메리카), 스라소니처럼 무서운 육식동물과 서식지를 나누고 있지만 불곰의 먹이를 노릴 만한 포식자는 없다. 단독으로 생활하는 고양이과 동물은 물론, 100kg이 넘는 흑곰도 불곰을 당해낼 수 없고, 늑대 역시 무리를 지어도 다 자란 곰에게 감히 대적하지 못한다. 배고픔으로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곰들이나 동면을 준비하는 곰일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남의 먹이를 노린다.

인간과의 관계


▲ 23년째 곰과 동거하는 러시아 판텔린코 부부


  1. 특히 이때는 평소에는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할 정도로 사나운 어미곰이 새끼에게 먹이도 주고 사냥도 가르칠 겸 강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매우 희귀한 관찰기회가 된다.
  2. 스스로도 위험한 상태고 곰과 마주치는 다른 존재들에게도 위험하다.
  3. 멕시코 난류의 영향을 받아 동위도의 아시아, 북미보다 훨씬 따뜻한 유럽은 냉대기후를 띄는 북위 55~60도 이북.
  4. 개마고원쪽은 용림큰곰(천연기념물 123호), 함경북도 지역은 관모봉큰곰(천연기념물 330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