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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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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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제이가 취미로 종종 짓는 시들 중 제이 본인에 의해 공개해도 괜찮다고 판단된 일부 시와 일부 해석을 기록해놓은 문서이다.

특징

분위기

작성자인 제이의 성격상 전반적으로 어둡고 몽환적이거나 회의적인 어조를 띠는 시들이 많다. 다만 가끔 희망적인 내용도 작성되긴 한다.

어휘

보통 한자어가 많이 사용된다. 한글 단어가 있는 경우에도 한자어로 바꾸기도 할 정도에 심지어 아예 한시도 몇 개 있다. 이는 제이의 문학적 취향상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어휘를 활용하여 절제된 상태의 감정을 차분히 풀어나가는 식의 전개를 선호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 볼 수 있다.

비유

우주적 존재, 특히 별을 활용한 비유가 굉장히 많다. 이는 제이 자신의 삶이나 현실을 녹여내기 가장 좋은 소재라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목록

2026년 9월 8일부로 가독성을 위해 시간순서대로 기재한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전반적으로 아래쪽, 즉 최근에 쓴 시일수록 퀄리티가더 나은 편이다.

2025년 이전

가을 오솔길 걷다 보면
나는 언제나 인사를 받는다

형형색색 작은 단풍잎
다섯 손가락 팔랑팔랑 흔들며
발치에 떨어지네.

『 단풍 』[1] / 2017년[2] 作.

2025년

별빛 한 줄기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 떠밀린 우리는

아직 꺼지지 않았기에 꺼질 수 없는
작은 불꽃이 되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빛을 따라
어디로 향하는지 알수 없는 길을 걸으며

오늘도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끝이 보이지 않는 어딘가로 향한다.

『 무제無題 』[3] / 2025년 3월 29일 作.

夜空美夢不可成 야공미몽불가성
밤하늘에 꾸는 이루지 못할 아름다운 꿈은

未放之光恐虛零 미방지광공허영
그 빛을 발하지 못하고 아마 헛되이 흩어지겠지만

靠望微星終不至 고망미성종불지
끝내 다다르지 못할 희미한 별빛에 기대어 바라건대

奇成銀河永燦明 기성은하영찬명
기적이 은하수를 이루어 영원토록 찬란히 빛나길.

『 야성미몽가夜星美夢歌 』[4] / 2025년 9월 13일 作.

저 광활한 우주 아래 인간이란 것은
얼마나 작고 무의미한 존재인가.

그러한 인간 중에서도 한없이 작은 나라는 인간은
흑백의 치차齒車[6]에서 한없이 종언終焉을 향하며

태워진 매연 속 회백색 철골 사이로
칠흑같은 밝은 얼굴을 내미는
작고도 무한한 존재[7]를 향해
티끌같은 손을 뻗치어 본다.

그리하면 언젠가 그 작은 손짓이
그 매연과 철골과 침묵과 운명이란 것들을 뚫고
그 흐릿한 얼굴에 닿을수 있기라도 한듯이.

『 산화産化 』[5] / 2025년 9월 29일 作.

어느 날 우주의 작은 돌덩이가 떨어질 때
그것은 전에 없이 눈부시게 불타오르며
머나먼 세상에 두고 온 이루지 못한 것들을 속삭였다.

어두운 밤하늘 속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던[8] 그 자그마한 꿈들은
저 아래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누군가의 작은 염원을 들으며[9][10]
산산이 흩어져서는 이곳에 닿는다.

그리하여 수백 개의 작은 조각이 된 이들은
다시 바위에 돌에 또 모래에 섞이며[11]
어느 누군가의 어느 한켠에 자리잡았을 작은 빛을 남기고[12] 사라져 간다.

어느 날 또다른 무언가가 잊혀진 저편에서 떨어질 때
그 자그마한 조각들은 희미한 불씨를 켜고
어렴풋이 떠오르는 작은 소원을 속삭였다.[13]

『 유성流星 』 / 2025년 11월 4일 作.

2026년

상반기

懓光小星降靑園 애광소성강청원
희미한[15] 빛의 작은 별이 푸른 동산에 내려와

耀愉跳戱淸廣邍 요유도희청광원
맑고 너른[16] 들판에서 빛을 내며 즐거이 뛰놀다가

慈愛日暮宵影垂 자애일모소영수
자애로운 해가 저물고 초저녁의 그림자[17]가 드리울 때

不在旦揚混星空 부재단양혼성공
동이 트지 않는 밤하늘[18]의 별무리[19]에 섞여들어

隱持微夢消遼遠 은지미몽소요원
작은 꿈을 숨겨 안은 채 멀고도 먼 곳으로 사라져 가는구나.

『 몽중몽夢中夢 』[14] / 2026년 1월 13일 作.

날아오르지 못할 날개를 지니고 태어나
저 위의 누구들처럼 드넓은 하늘을 날길 소망하는
그런 작고 작은 새의 모습은 얼마나 처량한가.

차라리 숲에서 온종일 땅을 기며
오솔길 끝을 세상의 끝인 줄만 아는
자그마한 벌레가 되었다면 나았을까.

있는 힘껏 창공을 박차고 저 위로 날아올라 봐도
아직 저 위 누군가의 역광이 가리우는 곳은 까마득한
보잘것없지만서도 부질없는 꿈을 주는 작은 날개야.

점점 무너져 가는 몸뚱아리를 이끌고
무심하리만치 자그마한 그 날개를 펼쳐
나무 위를 뛰어오르는 미련한 새야.

『 날개 』 / 2026년 3월 9일 作.

그리워할 어느 미련조차 없이
그리워할 편지 하나 있었길 꿈꾸고

남아있을 작은 인연 하나 없이
남아있을 기억 조각 있기를 꿈꾸고

하이얀 이파리[20] 하나둘 떨어져 갈 때
어느 낡은 영화관 스크린은 그저 침묵할 뿐[21]
관객은 한 명, 조용히 어둠 속 자리를 잡고
다만 새로이 떠오를 지평의 여명을 기다린다.

꿈꾸는 어느 이의 처량한 발자국 위로
새벽 어스름 속 신기루같이 손짓하는 조명 하나
거기로 난 내달린다, 박차고 내달린다 ―
가만 앉아있는 어느 가지 하날 박차고 내달린다.[22]

『 꿈 하나 』 / 2026년 3월 11일 作.

세상을 뒤덮은 새하얀 물결은
밝아오는 새날을 견디지 못하여
선홍빛 물결을 흘려 퍼뜨리곤
조문조차 없이 따스히 죽어간다

피어나는 생명이 있는 때엔
죽어가는 존재도 있기 마련
불평불만 없이 그저 사라져 가는
어느 자그마한 고독의 전도사들

그러니 쓸쓸히 남은 적막아
새싹의 향기로 지워져 가는
외로움이란 한없는 위로를 모아
나를 차가우이 감싸 안아 다오.

『 봄 』[23] / 2026년 3월 18일 作.

​

수백만 년이 지나서야 전해진 눈부신 부고가
어느 머나먼 세상의 누군가에게 닿아
그이의 가슴을 잔잔히 적실 때에

찬연한 빛에 눈이 멀고야 만
어둠 속으로 사라질 빛 하나
우주를 떠돌다 이 땅에 감돌아

삶의 가장 비통한 순간에
그 무엇보다도 찬란히 빛나며
내 마음을 가만히 어루만지는데.

보아라, 가련한 소신성小新星아,
네 삶에 내놓지 못한 별빛을 모아
이와 같이 어느 작은 냇가에 닿아
저기 홀로 우는 갈대를 보듬어 다오.

『 신성新星 』 / 2026년 4월 21일 作.

나무는 알고 있었을까

제 몸에서 키워낸 잎들이
바람의 손을 잡고 떠날 것을

그래서일까, 그렇게 흘러가기 직전에야
꽁꽁 숨겨온 고운 옷들을 꺼내 입은 것은

오늘의 우리를 눈부시게 밝힌 해가
저 너머에서 눈부신 작별을 고할 때

작은 이파리 하나 바람에 실려
그와 같은 색이 되어 인사를 건넨다

늘상 머무를 수 없는 것들은
언제나 마지막에 가장 찬란한 빛을 남기기에

가을이 아름다운 것은
낙엽이 지기 때문이라고

오늘이 아름다운 것은
언젠가는, 낙엽이 지기 때문이라고

『 가을이 아름다운 것은 』 / 2026년 6월 11일 作.
하반기

어제라는 꽃잎은 바람을 따라 떠나가고
내일이란 꽃봉오리는 피어나지 않았으니
우리 손에 남아 피어나는 것은
오직 오늘이란 한 송이 작은 꽃

그러니
밤이 오기 전에는 따스한 햇살에 웃으며
푸르른 하늘 아래 정겹게 뛰노는
하나의 어린아이가 되어 보고

낮이 오기 전에는 고요한 달빛에 웃으며
한 소절의 노래를 흥얼거리는
하나의 음유시인이 되어 볼까.

그리곤 오늘도 우리를 감싸 주는
숲 속 모닥불의 따스한 온기들을
한 번 더 소리 내어 불러 볼까.

그리곤 다시,
바람에 실려가는 작은 꽃잎들을 바래다주곤
손에서 피어난 오늘의 꽃봉오리를 안아 들고
다시 피어나는 오늘의 햇살에 웃어 볼까,
또다른 밤이 오기 전에.

『 밤이 오기 전에 』 / 2026년 7월 3일 作.

손이 데여도 아무렴 좋으니
내가 네게 갈 수 있다면 좋으련만
모닥불을 발치에 놓고 앉아보아도
움켜쥐어 취하지 못해 추위에 떠는 사람아

무엇 때문에 손을 뻗지 못하는가
따스함보다는 차가움이, 뜨거움이
내 온 속을 꽉 죄이다 보면
어느새 날 감도는 바람에 지쳐
이리저리 흐트러져 사그라들지 않을까

두 다리의 사람은 불을 써서
온기를 얻고 겨울을 났다는데
슬기롭지 못한 나는 너를 두고도
제 몸 하나 데워주는 법을 모른다

아, 미련한 나그네여
그대는 어찌 얻는 줄만 알고
가지는 법을 알지 못하여
이리도 서럽게 울고 있는가

『 모닥불 』 / 2026년 8월 27일 作.

겨울 나무를 보면
우린 허전함을 느낀다
있어야 할 것이 없어졌기에 그렇기에
계절이 지나 그려지는 붓칠이
초록의 붓칠이 그곳을 채운다

어느 산야 작은 화폭 안에는
초록의 덧칠이 더해질수록
초록의 물감이 쌓여갈수록
허전함을 채우다 못해 넘쳐 버려
어디에 그렸는지 짚을 수 없게 된
그렇게 지나는 계절에 묻힌
그런 이들이 있다
그런 우리가 있다

『 청靑의 독묘獨墓 』 / 2026년 9월 8일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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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 딱히 내포된 의미 없이 단순히 가을 풍경을 묘사한 시이다.
  2. ↑ 제이가 초등학교 2학년인 시절에 논술학원에서 쓴 시로, 제이 본인이 기억하는 한 자신이 최초로 쓴 시라고 한다. 쓰인 달은 4~5월경으로 추정.
  3. ↑ 작성 이후 한동안 잊혀져 있던 시였으나, 2026년 1월 15일 자신의 네이버 메모를 정리하던 제이에 의해 제목이 지어지지 않은 채로 재발견된 시이다.
  4. ↑ 스톡홀름 조약 100일을 기념하여 그린 그림에 삽입한 시이다. 7언절구 4수의 전통적인 한시 형식에 맞춰 쓴 시이며, 1/2/4수의 마지막 글자에 비슷한 발음의 한자를 배치하여 운율을 살리는 전통적 형식 또한 살려 지은 한시이다.
  5. ↑ 물질이 산소와 결합하거나 전자를 잃는 반응을 뜻하는 산화 酸化와 달리 낳을 산 産 자를 사용했다. 여기에 피동적 의미를 지니는 될 화 化를 사용하여 인간이 태어나진 후 살아가는 삶을 의미하는 것.
  6. ↑ 치차는 톱니바퀴의 한자어이다. 음운·느낌상 한자어가 어울릴 것 같아서 선정한 어휘라고 한다.
  7. ↑ 희망을 의미.
  8. ↑ 자신 말고는 누구에게도 의미가 없을 꿈과 희망의 처지를 대변.
  9. ↑ 자신의 이러한 고통을 알지 못하는 타인들에게는 그저 소원을 빌 아름다운 별로 보일 유성, 즉 별똥별의 신세를 묘사하였다.
  10. ↑ 4연과의 연계성이 있다. 즉 산산조각이 나 타인들 사이에 섞인 자신이 다른 떨어지는 유성을 보고 작은 소원을 빌었듯이, 이전에 떨어진 다른 사람이 자신을 보고 소원을 빌었으며, 이는 나에게도 반복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11. ↑ 남들과 다른 특별한 꿈과 희망을 안고 살아가던 자신도 결국은 고통스러운 삶에 휩쓸려 살아가는 평범한 현대인들과 다를 바가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
  12. ↑ 누군가의 기억/마음 깊숙한 곳 어딘가에는 분명 별똥별 자신이 남아있을 수 있을 것이라는 걸 의미.
  13. ↑ 힘든 삶 속에서도 오래전 간직하고 있던 꿈과 희망을 가끔씩은 떠올리게 될 자신의 모습을 비유했다.
  14. ↑ 2026년 초, 현생과 가상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힘든 일이 몰려오자 가접까지 진지하게 고려하며 쓴 시이다. 위의 시와 달리 7언절구 4수의 형식에 맞추지는 못했지만, 최대한 1/2/5수의 마지막 글자를 통해 운율을 맞추었다. 제목인 몽중몽은 꿈 속의 꿈이라는 뜻으로, 한낱 꿈과 같아 허무한 삶 속의 또다른 허무한 꿈이라는 의미로 쓰인 것이다.
  15. ↑ 희미할 애懓는 흐느껴 울다라는 뜻도 지니고 있는 점을 반영하여 이 한자를 차용하였다.
  16. ↑ 넓을 광廣은 너그럽다라는 뜻도 지니고 있는 점을 반영하여 이 한자를 차용하였다.
  17. ↑ 이제 시작이라고 모두가 말하는 공부 등의 고난을 의미한다.
  18. ↑ 우주는 태양이 떠서 밝아지는 일 따위 없다. 절망적인 미래만이 기다릴 것 같은 현실을 상징한다.
  19. ↑ 자신의 하찮은 빛 따위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기라성 같은 이들이 많은 현실을 상징한다.
  20. ↑ 별 볼 일 없이 도화지처럼 공허한 이파리라는 의미로 표현하였다.
  21. ↑ 스크린=주마등 or 추억
  22. ↑ 가지=관객
  23. ↑ 보통 따뜻하고 포근한, 생명이 피어나는 이미지를 지닌 봄을 겨울(=고독)의 죽음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본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