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

개요

Heredity '세습' 외에 '유전'이라는 뜻도 있다. 여기서 파생된 형용사로 'Hereditary'(세습되는)가 있다. '세습하다'는 'Pass on power to ~'라고 한다. 예를 들어 '그의 아들에게 세습하다'는 'Pass on power to his son'이라고 한다. / 世襲

일반적인 의미로는 한 집안에서 후손에게 신분, 재산, 직업 등을 세대에 걸쳐서 물려주는 행위를 뜻한다. 단순히 사람이 사망했을 때 재산을 물려주는 상속과는 엄연히 다른 의미지만, 상속을 통해 세습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다른 사람의 권리의무 등을 이어받는 것을 뜻하는 승계(承繼)의 하위 개념으로 볼 수 있는데, 세습은 가문의 후계자에게 승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

세습의 역사는 생각보다 짧은 편이다. 원시 사회에서 인류는 일반적인 무리생활을 하는 동물들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는데, 당시에도 각각 개별적인 서열이나 우두머리 등이 존재하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문화적 측면이 발달하게 되는데 네안데르탈인이나 현대 인류 초기 사회에서는 원시적인 종교가 존재해 사제 정확히는 애니미즘, 샤머니즘, 토테미즘주술사 정도로 보면 된다.와 같은 기초적인 계급 사회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계급들이 존재함에도 당시 시절에는 세습은 물론이고 상속의 개념조차 없었다. 우두머리나 지도자는 따로 그 직책이 직계 후손에게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힘이 강한 자나 머리가 비상하여 리더십이 뛰어난 자 혹은 연륜이 깊어 경험이 풍부한 자 등 능력위주로 넘어 갔기 때문이다. 주술사 역시 이와 비슷했다. 경제적 부분에서도 수렵, 채집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다 같이 사냥을 해서 공평하게 분배하는 등의 시스템이었고, 생계수단으로 이용되는 동물들의 이동에 따라 장소도 이리저리 유동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따로 모아두는 재산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명 사회에 한정한다면 세습의 역사는 인류 역사 거의 대부분을 차지해왔다. 인류가 농사를 하기 시작하면서 정착생활을 하게 되면서 문명이 만들어지고 사유재산과 같은 개념들이 생겨남에 따라 세습의 기초적인 형태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농경생활을 함으로서 사람들은 정착을 하게되었고 일용할 양식들의 잉여분에 따라 모아두게 된다. 이때 본인이 사망하면 자식에게 해당 재산들을 넘기는 등 상속 및 세습의 기초적인 형태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전과 같이 단순히 신체적 능력으로만 계급이 생성되지 않았고 재력에 따라 영향이 커지면서 각각의 개별간에 일개 서열 등을 넘어선 신분이 형성되었다. 이러한 신분도 역시 후손에게 물려주게 되면서 세습의 형태는 공고화된다.

세습이 지도자 선출 방식의 주류에서 벗어난 것은 근대 이후 권위주의의 탈피 및 공화주의의 발전과 맥을 같이 한다. 이전처럼 국가나 조직이 지도자의 것이라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구성원 모두의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고, 그 과정에서 지도자로서의 정통성 역시 혈연보다는 능력주의, 민주주의적 합의가 큰 힘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공화제를 채택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국가 지도자에 한정해서는 세습을 철폐하고 투표로 지도자를 선출하는 방식을 채택하게 되었다.

장점

우선 세습은 가족 또는 친척 관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세습하는 사람과 후계자 모두의 입장에서 아무런 혈연 관계가 없는 남보다 훨씬 믿음이 가는 편이고, 세습받은 재산, 지위 등에 대한 애착이 다른 방법으로 그것을 얻은 경우보다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재산이나 지위 등을 물려주는 문제에 대해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볼 수 있다. 지위 등을 물려줄 때 수많은 '후보자'들 중 한 명을 뽑으려면 가장 적합한 후보자를 선택하기 위해서 면담 같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복잡하지만, 세습하는 경우에는 후계자로 적합한 사람이 한두 명에 불과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담이 훨씬 적다.

군주제에서의 세습은 생각보다 장점이 상당히 많다. 특정 절차로 지도자를 뽑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지역에서 능력주의로 왕을 뽑으려 하면 서로 왕이 되겠다고 반란 등 군사적 실력 행사에 나서는 등 나라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세습을 하면 오직 왕의 아들만 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의 권력왕실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기반으로 국가의 권력을 온전히 한 방향과 목적에 집중시킬 수 있다. 또한 군주의 권위와 정통성이 드높아져 극단적 사회 갈등을 원만히 수습하는 심판자이자 중재자가 된다. 격렬히 대립하는 양 진영의 리더들조차 정통성 있는 군주가 중재할 경우에는 일단 한 수 접고 협상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장남 상속의 경우 차남 이하는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마인드를 가지게 해 왕위쟁탈전을 예방하여 유혈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 반례로 동아시아, 유럽과 달리 장자 상속 원칙이 없었던 중동 지역에서 매 세대마다 엄청난 혼란이 발생하다가 오스만 제국의 경우 초창기에는 술탄이 바뀔 때마다 수십명의 형제들이 몰살 당하고 이후 계승자 이외에 계승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모든 왕자는 어릴적부터 '새장'에서 생활하는 체제가 정립된 역사를 생각해보라. 실제로 장자계승제가 꼭 그 원리대로만 돌아가지 않았어도 이런 식의 사태를 많이 막아준건 사실이다. 혼란한 상황에서야 장자상속제 따위는 장식이겠지만 평화로운 시기에는 장자상속제에 따라 장남-차남-그 아래 아들-장손-기타 손자(종법질서를 따른다면 적장자-적장손-기타 적자-서자-적손-서손) 식으로 착착 체계적인 왕위계승법칙이 세워져 유혈사태 없이 왕위를 물려받을 수 있다. 즉, 장자상속제가 비록 취지대로 장자가 상속되는 것을 획기적으로 높여준건 아니지만 나이순으로 계승순서를 만들어 놓아 어느 정도 유혈사태를 막아준 것은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장자상속제는 자가 상속해야 한다는 그 대전제보다는 장자순으로 계승한다는 것이 오히려 핵심일지도 모른다. "무조건 장자만!"이고 장자가 죽은 뒤의 순서를 정해놓지 않으면 예기치 못하게 장자가 죽으면 그 뒤는 그냥 오스만 제국 꼴이다. 하지만 장자가 죽은 후의 순서도 남은 이들 중의 장자가(혹은 적장자가) 있다고 하면 장자가 죽어도 순번대로 후계자 자리가 넘어가게 되니 문제가 없다.

세습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물려받은 재산을 온전히 자신의 소유라고 인식함으로써 책임감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

세습의 가장 큰 단점을 꼽자면 바로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특정 직업에서 해당 가문에서만 전해 내려오는 기술을 이용하여 큰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에 기술을 익힌 그 가문의 사람이 필요하거나, 자손 이외에 물려받을 사람을 찾기 어려운 경우 등 객관적으로 보기에 세습이 필요한 경우가 아닌 이상 자손 외의 '후보자'의 '물려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평등권 침해로 인해 공정한 경쟁의 기회가 박탈되어, 사회적 계층이 확고하게 굳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아무리 적장자를 우선시 한다 한들 현실은 워낙 막장이라, 형제들끼리 후계 문제를 두고 피터지게 싸우는 왕자의 난 같은 막장 집안이 될 가능성이 산재해있다. 적장자에 위치에 있는 후보 입장에서 보면 같은 어머니 사이에서 난 동생들이야말로 가장 큰 위협이 되고, 그 동생들이 형을 제끼고 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을 뿐더러 굳이 장자가 아니더라도 다른 형제들은 후계자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할 정적이므로 자신의 형제와 치열한 투쟁을 해야 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선 숙청의 대상에 불과할 뿐이다.

장점 문단에서는 세습군주제가 혈통으로 왕실의 권위와 정통성을 드높여 왕실에 권력을 집중시킴으로써 국가내의 혼란과 내분을 막고 단합시켜 안정을 이룰 수 있다 했지만 바꿔말하면 이러한 혈통적 정통성을 가진 후계자가 없거나 사라질 경우 오히려 훨씬 더 심한 혼란과 불안정을 불러올 수 있다. 문제는 혈통에 의한 세습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이 컨트롤할 수 없는 복불복이나 도박에 가까운 제도라는 것이다. 기껏 낳은 후계자가 병으로 요절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고 후계자를 암살, 독살할 위험성도 상존하며 군주 본인이 후사를 보기도 전에 병으로 죽거나 암살당하는 경우도 있고 불임이라 후사를 보는게 불가능할수도 있다. 이렇게 후사가 끊겨 정통성을 가진 직계혈통이 단절될 경우 필연적으로 정통성이 고만고만한 여러 방계혈통들끼리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내분이 벌어지게 되고 결국 반란과 내전으로 치달아 나라를 말아먹은 사례도 많다. 이런 세습군주제에서 왕위계승권으로 인한 반란은 오히려 다른 반란들보다도 훨씬 진압하기 어려운데 다른 반란은 주모자만 제거하면 어떻게든 진압할수 있지만 권좌에서 밀려난 왕족이 일으킨 반란은 아예 대를 이어가면서 끈질기게 반항하기 때문이고 심하면 반란을 일으킨 왕족이 아예 스스로 군주를 칭하고 지방에서 새로 왕조를 수립하여 나라가 쪼개져 분열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내분과 내전으로 국가 막장 테크를 타서 멸망한 나라도 부지기수였다. 하나의 가문이 권력을 독점하는 세습군주제가 당장은 안정돼보이고, 권력이 분산돼있고 정권이 계속 바뀌는 공화국은 당장은 불안정해보일 수 있으나 역설적으로 공화국은 권력이 분산돼있고 정권을 평화적으로 인수인계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지도자가 급사하거나 정권이 붕괴하더라도 새로운 정권이 인수인계해서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국가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 그러나 통치가문의 권력을 교체하거나 인수인계하는 제도도, 경험도 없는 세습군주제는 군주가 급사하거나 권력을 독점했던 왕실 가문이 몰락하면 오히려 극도의 혼란상태에 빠질 위험성이 더 큰 것이다. 실제로 세습군주제 국가들은 찬탈이나 역성혁명 등으로 왕조가 망하거나 교체될 때마다 예외없이 극심한 붕괴 후 혼란기를 겪었다.

능력이 아닌 혈통과 정통성이 가장 중요하므로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 지도자가 되거나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기 쉽다는 문제도 있다. 아무리 스승들이 붙어 제왕학을 가르친다고 해도 한계가 명확하며, 말 그대로 평범한 조직이라면 말단 관리나 직원으로조차 앉힐 수 없을 사람이 국가나 조직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위치에 앉게 되는, 현대 사회에서라면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 극단적인 경우 10살도 안된 어린아이나 심지어 막 태어난 갓난아기나 아예 진혜제 같은 경우처럼 지적장애인혈통 하나로 지도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최악의 경우 후계자가 될 자녀가 진짜 사이코패스소시오패스라 하더라도 혈통이 가장 우선시되는 세습제에서는 그런 사이코패스 후계자가 승계받는 걸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유형

세습의 유형은 어떤 것을 세습하냐에 따라 달라진다. 크게 보면 재산을 세습하는 유형과 직업, 권력 등 사회적 지위를 세습하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더 구체적인 예를 들면 왕위 등 정치적 권력을 세습하는 유형과 기업의 경영자 직위를 세습하는 유형, 토지나 건물을 세습하는 유형 등이 있다.

정치적 권력의 세습

정치적 권력을 세습하는 경우, 정치를 할 수 있는 능력이나 정책 등과 상관없이 권력이 분배되기 때문에 각종 정치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과 같은 국가의 최고 통치자라는 자리를 자질이 부족한 후계자에게 세습한다면 국가의 운명이 기울어질 수 있다. 정치적 권력 세습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북한의 3대 세습을 꼽을 수 있다.

군주의 지위를 세습하는 제도를 세습군주제(世襲君主制)라고 하며, 이 중 왕권을 세습하는 것을 왕위 세습(王位世襲)이라고 하며, 왕위 세습을 통해 왕권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이렇게 군주의 지위가 계속 세습되는 나라를 세습 군주국(世襲君主國)이라고 한다. 또한 의원의 지위를 세습으로 취득하는 경우, 이 의원을 세습 의원(世襲議員)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치권력의 세습이 꼭 군주제나 귀족제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군주나 귀족이 존재하지 않는 공화국에서도 정치권력의 세습이 이루어지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북한의 3대 세습처럼 정치세습이 이루어지는 나라는 전부 독재정권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정치인을 선거로 뽑는 민주주의 국가에도 박근혜조지 부시 2세 같은 유력 정치인의 2세나 친족들이 가족의 후광에 힘입어 일반인보다 수월하게 정치에 입문하고 대를 이어 정치를 하는 사례는 충분히 존재한다. 물론 이런 경우는 국민의 투표로 정당하게 집권한 것이기 때문에 독재자는 당연히 아니다. 자세한 내용은 독재자/세습 문서와 정치인 가문 문서로.

경제적 재력의 세습

정치 분야와는 달리 오늘날에 재력은 상속을 통해 합법적으로 세습된다. 특히 거액의 부를 세습하여 권력을 얻은 일가를 재벌이라고 한다.

경제적 재력을 세습하는 경우, 기존에 부유층이었던 가문에서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세습을 통해 그 부를 이어 나갈 수 있지만 빈곤층이었던 가문에서는 가난을 물려받은 후계자 역시 자수성가하지 않는 한 빈곤층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유형의 세습은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효과를 낸다고 할 수 으므로, 부의 세습이 많이 이루어지는 국가일수록 경제적 지위를 역전시키는 것은 힘들다고 할 수 있으며, 수저 계급과 같은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고려에서처럼 토지를 세습하는 경우가 있다. 관리들이 국가 또는 봉건 영주로부터 세습받은 토지를 세습 영지(世襲領地)라고 한다.

직업의 세습

자녀들은 부모의 직업에 대해 어릴 때부터 영향을 받거나 호기심이나 흥미, 관심을 가질 확률이 높고 부모의 직업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쉬우며, 부모가 업계에서 인맥이 있다면 취업도 용이할 수 있으니 자발적으로 부모의 직업을 물려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기업 생산직 및 기술직이 끝판왕인데, 2021년 10월 기준 현재까지도 대기업 생산직 및 기술직의 경우 퇴직을 앞둔 부모의 인맥 덕분에 자녀들이 부모의 직업을 물려받는 경우가 있다. 이는 기업 역시 개인의 경제적 소유물로서 상속이 가능하며, 채용에 있어서도 개인적인 권한을 발휘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