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언집

개요

유정언집(儒情言集)

유정언집은 10세기 중반 ~ 11세기 초반까지 문학가이자 정치인으로 활동한 정유자가 쓰기 시작해서 11세기 후반 그 서원의 정신을 이어받은 부여공 문하시랑 천제공이 끝맺은 시집이다.

그 당시 정유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시집을 만들기 시작한 이유를 밝혔는데. " 서원을 열어 높고 낮음 없이 유생들의 시를 모아 이를 가지고 많은 이들을 가르치고 배우게 하기위함 " 이라 한다.

내용

천유역이 세운 지경서원의 사람들이 지은 시들을 모아 이를 가지고 시를 보여주고 가르쳐 더 많은 이들이 글을 쓰고 배우게 하고자 정유자가 시작하여 천제공이 끝을 맺어 쓴다. —  지경서원 3대 원장 천제공인
서원의 큰 뜻을 이어서 이렇게 이 시집을 이어 작성하고 글을 모으니 고려의 학문과 충신들이 많아 고려의 옳바름을 잡고 나라의 안녕에 기하길 바라는 따름이다. 또한 나라의 높으신 군께서 강녕하시고 인재를 얻으시길 바라기에 이리 이 시집을 쓴다. —  지경서원 2대원장 정유자인

제 1장 / 천유역의 시

산하

⠀⠀⠀⠀⠀⠀⠀⠀⠀⠀⠀⠀⠀천유역

고요한 빛이 산마루에 내려
옛 숲의 숨결이 이슬로 맺히니

바람은 말없이 물결을 건너
솔잎 끝에서 천년을 속삭인다

해는 느리게 구름을 여미고
달은 강 위에 은빛 글씨를 쓴다

꽃 피고 지는 일, 다만 때일 뿐
자연은 한 번도 서두른 적 없구나

새 울음 머무는 저녁녘에
사람의 마음 또한 풀잎처럼 눕고

이윽고 하늘과 땅 사이
말 없는 아름다움만 남는다

사랑이란 건

⠀⠀⠀⠀⠀⠀⠀⠀⠀⠀⠀⠀⠀⠀천유역

사랑은 봄눈과 같아
손에 쥐지 않아도 젖어 들고
부르지 않아도 문득
마음 앞에 내려앉는다

그대 웃음 한 번에
강물은 거슬러 흐르고
그대 한숨 스치면
저녁별도 빛을 늦춘다

함께 있어도 말이 적고
떨어져 있어도 뜻이 닿아
서로를 묶은 것은 약조가 아니라
기다림이었더라

오래 바라보되 소유하지 않고

깊이 아끼되 드러내지 않으니 이 사랑이란
머무름으로 남는 인연이구나

천유역

春風不語入君心
夜月無聲照素襟
相對無言情已足
人間至愛是相尋

제 2장 / 정유자의 시

바다에서

⠀⠀⠀⠀⠀⠀⠀⠀⠀⠀⠀⠀⠀⠀⠀⠀⠀정유자

따스한 햇빛 내리쬐는 바닷가
맨발로 거닐며 사륵 사륵 모래를 밟아보고

모래 속에 잠든 소라껍데기
귀에 대면 쏴아악 쏴아악 파도가 꺠어나고

드넓은 하늘 위 나는 갈매기
바다를 넘나들며 까악까악 노래를 부른다

아, 바다다

사랑 때문에

정유자

사랑이란 첫눈이 내 맘에 살며시 내려 소복히 쌓여가 내 맘엔 겨울이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사랑은 참으로 따뜻하고도 차가워서 만지고 싶어도 말하고 싶어도 내 진심이 그대에게 당도하지 하지 못해 좋아함이 내맘에 맺혔듯 내 눈에도 눈물이 맺혀서

미끄러져서 깊은 어둠으로 떨어져 끝내 차가운 칼날이 내 목에 닿았을 때.....

정유자

感苦甘鹹味
不知生之難
有愛心中內
若約婚姻也
今死視祖上
何非悲痛乎

정유자

天下主之國
日落以海中
萬烏鳴天地
黑雲動以東
龍出高天內
建世麗靜朝
若開新李花

제 3장 / 천제공의 시

천제궁


외로움에 술 한잔
외롭지 않게
고달프지 않게
하지만 떠나지 않구나

슬픔에 술 한잔
잊을 수 있을까
지울 수 있을까
하지만 없앨 수 없구나

오히려 술에 빠지듯
외로움에, 슬픔에
빠져버렸구나

봄날

⠀⠀⠀⠀⠀⠀⠀⠀⠀⠀⠀⠀⠀ 천제궁

바람이 살랑 살랑 불어온다
너의 손길처럼 따스히
내 뺨을 스쳐가고

어디선가 향기가 스윽 퍼진다
너의 항기처럼 살며시
내 코를 간질이고

꿀벌들이 윙윙 날아다닌다.
달콤한 사랑을 열심히
네 맘에 전한다

제 4장 / 제자들의 시

옥 콘


밤은 고요히 속삭인다,
별빛은 창문에 스며들며
세상의 모든 소리가 잠든 틈,
내 마음만 깨어있다.

어둠 속에 길을찾아
한 걸음씩 느리게 내디며
꿈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밤은 나를 품고,
나는 밤을 품는다

설날

⠀⠀⠀⠀⠀⠀⠀⠀⠀⠀⠀⠀⠀ 옥 콘

벌써 한해가 지나고 새해가 왔네.
한해가 지나고 내 나이또한 늘었고
아버지의 주름또한 늘었네

단 하루라도 가족 다같이 모여
덕담 나누며 좋은 한해 즐거운
한해를 보네면 좋겠네

서로의 손을 잡고, 마음을 나누며,
새로운 날을 맞이하는 이 순간.

아침 [1]

새벽 공기 맑게 빛나고
온 집안엔 온기가 퍼지네.
따뜻한 떡국 한 숟갈에
한 살 더한 시간이 스며들고.

고운 한복 차려입으며
할머니 미소가 번지네.

아이들은 마당에서 춤을추고
윷놀이 판 위에서 운명이 춤추고,
손을 모아 조용히 절하며

새해의 첫걸음을 내딛으며
희망을 품고 나아가리.

어둠

⠀⠀⠀⠀⠀⠀⠀⠀⠀⠀⠀ 옥 콘

밤이 내리고,
바람은 창을 두드린다.
고요 속에 스며든 불안이
나를 흔드네

길 잃은 그림자처럼
내 마음도 떠돈다.
희미한 불빛 하나 없이
끝없는 어둠만이 나를 감싼다.

손을 뻗어도
닿을 곳 없는 외로움,
속삭이는 침묵 속에서
나는 내 안의 울음을 듣는다

가마솥

⠀⠀⠀⠀⠀⠀⠀⠀⠀⠀⠀⠀⠀⠀천수현

아침마다 불 앞에 서면 국 냄새가 먼저 하루를 깨운다. 나는 아직 어른은 아니고 칼자루가 손에 맞는지도 가끔 헷갈린다. 간을 보며 배운 건 소금보다 말이 먼저 아프다는 것, 불이 세면 마음도 탈 수 있다는 것. 오늘도 수라는 올라가고 나는 한 숟갈씩 사람이 되어간다.

담장 안에서

⠀⠀⠀⠀⠀⠀⠀⠀⠀⠀⠀⠀⠀⠀⠀⠀⠀최지형[2]

남의 집 여인들은
비단 치마에 바람을 입는다 하더라.

나는 문 앞 그림자 수를 세며
오늘도 하늘을 나눠 가진다.

웃음도 허락을 받아야 하고
한숨은 밤에만 놓는다.

거울 속 여인은
내가 아는데
나는 그 여인을 볼 수 없다.

담장 밖 봄이 이렇게 밝은데
내 계절만은

늘 잠겨 있다....ㅎㅎ

여담

지경서원의 마지막 원장 천제공이 말하기를 , 시 들중에는 박수경이 의인들을 탄압한 조정을 비판하는 시와 천추태후를 도발하는 시도 있었는데 시집에 넣을지 말지 고민하다 논란의 여지가 있을듯 하여 뺐다고 한다.

평가

정유자면 적어도 980년 쯤이거 천제공이면 1090년 쯤일텐데 110년간의 서사가 담긴 시집이라니 대단하네용!! —  상궁 우연희

각주

  1. ↑ 지은이가 안적혀있다.
  2. ↑ 이자겸의 정실부인으로 정식 명칭은 변한국대부인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