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국가

개요

도시국가(都市國家, City state[1]), 줄여서 시국(市國)은 국가의 유형 중 하나의 도시가 국가를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으로는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와 중세 이탈리아 지역의 도시국가들, 현대의 싱가포르, 바티칸, 모나코 등이 잘 알려져 있다.

도시국가보다 한 단계 낮은 체제로는 독립시(Independent city)가 있다. 모국에서 독립하지는 않았으나 국내의 다른 행정구역으로부터 분리되어 고도의 자치권을 가지는 도시를 독립시라 한다.

역사

고대

인류가 막 국가를 형성했을 상고 시대에는 대부분의 국가가 도시국가의 형태를 띠었다.

한국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단어인 성읍국가도 도시국가와 비슷한 말이다. 신라의 초기 형태인 사로국(경주시)이나 가야구야국(김해시) 등도 나라의 영역이 특정 도시에 국한되고 주변 몇몇 나라(도시)들을 복속시키는 정도로 규모 면에서 도시국가와 비슷하며, 성읍국가는 도시국가에 한국사의 특수성을 반영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삼한마한, 진한, 변한이라고 정사 삼국지에서 분류했지만 사실 이 역시 도시 단위의 소국 수십 개가 연맹왕국 또는 제국(諸國)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었다.

지중해세계를 기준으로, 최초의 도시는 다수의 씨족이나 부족이 공동방어를 위하여 성채를 건설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요새들을 전시 피난지로서 평시에는 이를 비워두고 각자 거주지에서 생활하였는데, 차츰 공동회합과 정기적 축제, 집단 종교의식 등을 거행하는 장소로도 용도가 확장되었고, 종국에는 각 부족이 하나의 단일한 공동체로서 정체성을 형성하면서 옛 성채를 도심으로 삼는 하나의 도시공동체, 즉 도시국가를 형성하였다.[2] 도시국가의 영역은 중심도시와 옛 부족 거주지들을 포함하는 그 배후지로서 인근 부락들은 정치적·경제적·문화적으로 도시에 종속되었고, 구성원은 옛 부족민들이었던 시민이었다. 이들은 서로 평등하게 융합된 까닭에 군주정보다는 고대 아테네식 고대 민주정이나 스파르타로마 왕국과 같은 제한적 왕정 혹은 로마 공화국공화정, 그 외 폴리스에서 나타난 귀족적 과두정 등의 체제가 일반적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도시국가들은 다시 그들끼리 집단안보동맹을 구성하고는 하였다. 대표적으로 델로스 동맹, 펠로폰네소스 동맹, 로마 연합(라틴 동맹) 등이 있다. 이러한 동맹체는 그 주도국가에 의해 사실상 종속국을 거느린 종주국제국이 되기도 하였다. 시대는 중세이지만, 아즈텍 제국 역시 테노치티틀란이 텍스코코 호 인근 도시국가들인 텍스코코와 틀라코판과 삼각 동맹을 맺어 종주국으로서 메소아메리카를 지배하는 연맹국가였다.

도시국가는 정치와 행정에 참여하는 시민권의 개방성에 관하여 다양한 태도를 취하였는데, 보통은 참정권을 제한하고자 시민권자의 증가를 억제하는 경향이 있었다. 아테네나 스파르타, 카르타고 등은 노예나 외국인 및 혼혈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았다.
반면, 고대 로마는 당대로서는 드물게 개방적인 편이어서 사비니족이나 삼니움족을 비롯해 동맹을 맺거나 복속한 도시들한테 시민권을 부여하면서 그들을 동화해나갔으나, 완전 개방적이지는 않아서 이탈리아 내 패권이 공고해진 이후 이민에 의한 시민권 부여를 제한했다가 동맹시 전쟁을 겪고서야 전면 개방하기도 하였다. 그런데도 이는 로마가 단순한 도시국가를 넘어서 영토국가 및 보편국가로 발전하는 결과를 낳았다.[3]

이 단계의 도시국가들은 영역국가와 비교하여 상업의 비중이 적지 않았는데, 로마, 카르타고, 메소아메리카 지역의 도시 국가들은 농업과 상공업의 비중이 비슷했다고 알려져있다. 특히 지중해를 낀 고대 그리스와 페니키아의 도시 국가들이 해상활동을 장악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가장 중요한 산업은 농업이었고, 대체로 활발한 식민활동으로 위성도시국가를 거느리거나 동맹을 통해 종속도시국가를 확보하는 등 도시국가를 탈피하여 영토국가로 발전하는 과정 속에서 상업 비중이 증대하는 경향을 보였다.


  1. 하이픈을 넣어서 City-state로 묶어 표기하기도 한다.
  2. 이러한 성채 및 도시 중 특히 유명한 것이 오늘날 그리스 아테네아크로폴리스이다.
  3. 광대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행정수요와 대규모 시민권자의 의사결정과정을 집행할 수 없던 당대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공화주의적 전제군주정'이라는 독특한 정치체제를 선보인 로마 제국이 탄생하기 수 세기도 전에, 로마는 이미 도시국가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