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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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사전적 의미로는 '교회에서 일정한 의식에 의하여 성덕이 뛰어난 사람으로 선포한' 사람.

상세

복자의 상위형이라 할 수 있다. 초대 교회 시기부터 신앙이 깊었거나 교회의 복음화에 기여한 사람들, 순교한 사람들을 신자들이 공경하는 전통(성전 중 하나)이 있었는데, 이 전통을 가톨릭, 정교회에서 교회 차원에서 공식화하여 '이 사람은 성덕이 대단하여 의심의 여지가 없이 천국에 가 있다.'고 선포하고 공경하기에 합당하다고 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가톨릭 교회, 정교회에서는 성인들을 공경하면서 동시에 함께 하느님께 기도를 해달라고 청하는, 즉 전구(傳求)가 존재한다. 가톨릭의 전통이 남아있는 성공회에도 성모송을 부르며, 성인축일에는 그에 따른 본기도 및 성서독서와 전례, 주보성인 축일에는 기념 행사를 거행하고 성가책에도 성모 및 성인 관련 성가를 싣는 등 성인공경의 풍습이 교회의 전통의 차원에서 존중되어 사실상 유지되어왔다. 루터교회는 표면적으로는 성인 공경을 하지는 않지만 성모송이 있고[1], 교회력을 통해 순교성인들의 축일을 기념한다.

성자(聖者)와 동의어지만 다른 한자를 쓰는 성자(聖子)가 이미 삼위일체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으므로, 한국에서는 성인이라는 말을 더욱 많이 쓰고, 영단어 saint를 한국인 신자들이 '성자'라고 번역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2]

교회 역사 초기에 성인은 누군가 지정하는 게 아니라 저절로 되는 것이었다. 즉 대다수 신자들이 아무개가 성인이라고 생각하여 자발적으로 추앙하면 그대로 교회 공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러다 보니 죽자마자 성인으로 인정받은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실상 별로 성스럽지 못한 삶을 살았는데도 사람들 보이는 데서 연기(?)를 잘해서 성인이 된 사람도 있을 수 있었다. 따라서 어떤 심사과정이 있을 필요가 생겼다. 그래서 중세 때부터 시성성을 두어 교회법적인 절차를 밟아 아무개 후보자를 조사케 했다. 이 심사에서 통과해야 비로소 교황의 권한으로 성인임을 공인받게 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확립된 시성은 교황만이 할 수 있는 무류성을 가진 행위이다. 최초로 교황에게 인가를 받아 시성된 사람은 성 울다리코로, 교황 요한 15세가 993년에 시성식을 거행했다.

엄밀한 의미로 성인이란 생존시 깊은 신앙심과 영웅적인 덕행을 보여 모두의 모범이 되었거나, 교회의 보편적 교도권에 의해 성인으로 선포된 자를 포함해 부르는 것으로 그들을 통해 소위 '전구(轉求)'를 청할 수 있게 된다.

주로 앞에 성~ 이라는 말이 붙지만 이상하게도 한국에서는 구약의 인물들은 '성'자를 붙여 부르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엄연히 구약의 인물들도 성인으로 공경을 받을 수 있으며, 모세이사야, 엘리야를 '성 모세', '성 이사야', '성 엘리야'라고 부르는 것도 당연히 가능하다. 너무 당연해서 안 붙이는 것일 수도 있는데, 그리스도교가 기본인 서양에서는 그런 구약시대 성인의 이름을 딴 시설이나 단체명에 Saint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모든 성인 중에 가장 으뜸가는 성인으로는 단연 성모 마리아[3]가 절대적으로 꼽히며, 다른 성인들은 우선 그 뒤로 밀린다.[4] 미카엘, 라파엘, 가브리엘 같은 성서에 이름이 나오는 천사(대천사급)들은 엄밀하게는 사람이 아니기에 성인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이름 앞에 '성'자를 붙여 공경을 받으며 전구를 청할 수 있다. 가브리엘은 남성형으로 여성형은 가브리엘라라고 불리는데, 가브리엘과 가브리엘라는 다른 천사가 아니며 세례명에 다르게 쓰일 뿐이다.[5] 어쨌든 이들 천사들도 성모 마리아보다는 아래인데, 성모 마리아는 하느님을 잉태함으로써, 다른 피조물과는 비교할 수 없이 독특하고 긴밀한 관계를 하느님과 맺었기 때문이다. 성모승천 교리를 믿는 경우, 성모 마리아가 승천될 때 천사들이 마중을 나왔다고도 일컬어진다. 그 다음 가는 [6] 예수와 동시대 성인으로 예수를 기른 아버지인 나자렛의 성 요셉이 있으며, 예수의 열두 제자(12사도)[7]와 사후 제자인 바울로(바오로, 혹은 바울), 마리아의 사촌이자 세례자 요한의 어머니인 성 엘리사벳, 순교자인 세례자 요한 등이 있다. 쉽게 생각하자면, 가톨릭에서 세례명으로 붙일 수 있는 이름 중 인명에서 따왔다면 다 성인의 이름이라고 별 무리가 없다.[8]

다만, 대부분의 개신교는 죽은 이들과의 통공을 인정하지 않기에 성인 공경을 인정하지 않으며, 심지어 가톨릭정교회, 고교회파 및 일부 광교회파 성공회에서 하는 성인공경을 십계명의 1계명과 2계명을 어기는 행위로 보기도 한다. 모든 사람이 다 죄인인데 특정한 사람에게 성인 칭호를 붙이고 공경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보기도 하고, 종교학적으로 다신교를 믿던 이교도 및 원주민들에게 선교하는 과정에서 현지화의 일환으로 생겨난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종교학 대사전) 감리회의 선구자이자 성공회 사제였던 존 웨슬리가 자신이 속한 잉글랜드 성공회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비판했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성당마다 수호성인을 지정하고 기념하는 전통이었다. 그는 이러한 전통과 이에 기반한 신심이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흐리게 하는 요인으로 보았던 것이다. 결국 이후에 성공회 내에서 웨슬리의 신앙 운동을 따랐던 이들이 감리회를 구성했다. 오늘날에도 감리회는 성공회와 달리 성인공경을 인정하지 않는다.

개신교 교파들 중 성공회루터교회[9]에서는 가톨릭·정교회와 마찬가지로 성인들을 공경하고 있다. 좀 더 엄밀하게 말하면, 루터교회보다도 성공회에 성인공경의 유산이 더 많이 남아있다. 예를 들어 대한성공회를 비롯한 많은 세계성공회 공동체 교회들은 '사도신경'의 '성도의 상통'을 정교회와 천주교와 마찬가지로 살아있는 신자들과 세상을 떠난 성인 및 신자 모두를 포함하는 것으로 본다. 또한 최근 대한성공회 성공회 기도서의 교회력에는 가톨릭에서 분열되기 이전의 성인들 뿐만 아니라, 1980년에 순교한 가톨릭의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도 포함되어 있으며, 침례교회 목사로 흑인인권운동을 하다가 암살당한 미국의 마틴 루터 킹 JR 목사나, 나치 독일 정권에 의해 처형당한 루터회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도 포함되어 있다. 다만 통공 교리에 대한 성공회의 입장은 가톨릭·정교회와 미묘하게 다른데, 통공기도의 대상으로 보는[10] 경향은 약한 편이라, 공적 기도나 예배에서 전구를 바치는 경우는 성모송이나 성모 찬양성가, 사도 성인축일에 바치는 성가를 부를 때를 제외하면 매우 드물다.

사실 성인들의 수는 셀 수도 없이 많다. 히브리서 저자는 히브리서 12장 1절에서 "믿음을 증거하다 순교한 거룩한 증인들이 구름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라고 말한다. 증거자들, 즉 성인들의 수가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이는 원래 넓은 의미의 성인이란 천국에 다다라 지복직관[11]을 누리고 있는 모든 거룩한 영혼들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일부 종교학자들은 역사 기록에 나타난 성인들의 수만도 천백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 이외에도 오직 하느님만이 아시는 다른 성인들도 많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가톨릭의 시성 절차

정교회의 시성 절차

성공회

성공회는 가톨릭교회나 정교회처럼 어떤 심사를 통해서 특별히 시성식을 하지는 않는다. 신앙적으로 중요한 모본이 되는 이들을 기념하기 위해 각 지역 교회마다의 교회력에 그들의 이름을 포함시켜서 그들의 삶을 기억하고 있다.


  1. 다만 성모송을 부르지 않는 루터교회들도 많다.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성모송을 아예 부르지 않거나 원칙상 부른다고만 명시해 놓을 뿐 왠만하면 예배순서에서 생략하는 경우도 많다.
  2. 반면 일본에서는 saint를 '성자'로 번역하기도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일본산 창작물을 한국어로 번역할 때 이 한자어를 무분별하게 '성자'로 번역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한국어에서도 saint를 '성자'로 옮긴다고 틀린 것은 아니지만, '성자(聖者)'라는 번역은 한국 그리스도교계에서 거의 쓰지 않으므로 '성인'으로 번역함이 더 매끄럽다.
  3.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는 새벽 별(효성)을 의미하는 스텔라 Stella=Mary Stella, 장미, 묵주를 상장하는 로사(Rosa, Rosario)도 같은 의미다.
  4. 한국 개신교에서는 몇몇 극우 성향의 목사들이 '가톨릭은 성모 마리아를 신으로 추앙하는 이단'이라고 교육하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으로서 공경받을 대상중 최상급이며 기도를 하느님께 전달하고, 같이 기도하는 역할이다.
  5. 그리고 그 천사의 이름을 딴 이름을 가진 성인들이 많이 있다. 어느 쪽인지는 기도하는 사람 마음이니...
  6. 성인들 사이에는 등급이 없다. 어차피 성서에는 안 나온다. 관습상 그렇게 여기는 것. 다만 성모 마리아는 예수가 죽기 전 제자에게 "네 어머니로 모셔라"라고 한 성서 근거가 있다.
  7. 당연히 이스카리옷 유다(가룟 유다)는 빠진다.
  8. 전부는 아니다. 대천사 이름, 성덕(사랑이라는 뜻의 카리타스), 인간이 아니라 신과 동격인 예수도 세례명 중에 있기 때문.
  9. 아이러니하게도 마르틴 루터는 다른 종교개혁가 못지 않게 성인 통공을 거세게 비판한 인물이었다.
  10. 상당수 고교회 성향 신자들과 일부 광교회 성향 신자들은 이와 가깝게 해석하기도 한다.
  11. 천국에서 하느님을 직접 뵙는 영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