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천사

개요

하느님께서는 죄지은 천사들을 용서 없이 깊은 구렁텅이에 던져서 심판 때까지 어둠 속에 갇혀 있게 하셨습니다.
베드로의 둘째 편지 2장 4절
또 천사들도 자기 자리를 지키지 않고 자기가 사는 곳을 버렸을 때에 하느님께서는 그들을 영원한 사슬로 묶어서 그 큰 심판의 날까지 암흑 속에 가두어두셨습니다.
유다서 1장 6절

墮落天使 / Fallen Angel

기독교 신앙에서, 천사가 타락해서 '악마'가 된 것. 일본에서는 타천사(堕天使)라고 부른다.

그리스도교에서 '악마', 혹은 '마귀'는 본래 하느님을 따르는 천사들이 타락한 존재라고 가르친다. 천사는 순수한 영적 존재로서, 하느님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며 섬긴 존재들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천사들은 죄를 지어 천국에서 쫓겨났다. 인간의 조상인 아담하와는 이들에게 속아 넘어간 것이기 때문에 다시 회개하고 하느님께 돌아갈 기회가 주어지지만, 타락한 천사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그들은 하느님의 영광을 두 눈으로 본, 빛에서 빚어진 창조물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온전한 자유의지로 하느님을 거역했기 때문이다. 인간이 죽은 후에는 회개할 수 없듯이, 영인 천사들에게 타락은 곧 죽음과 같기에 타락 천사들에게 회개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더 나아가, 천사에게 있어 타락이라는 것이 사람의 죽음과 같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람이 죽은 뒤에 회개할 수 없는 것처럼, 천사도 타락 이후에 회개할 수 없다.
다마스쿠스의 요한, 《정통 신앙의 해설》 2권 4장

성경에서 가장 처음 천사의 타락이 언급되는 부분은 창세기 6장이다.

땅 위에 사람이 불어나면서부터 그들의 딸들이 태어났다.
하느님의 아들들이 그 사람의 딸들을 보고 마음에 드는 대로 아리따운 여자를 골라 아내로 삼았다.
그래서 야훼께서는 "사람은 동물에 지나지 않으니 나의 입김이 사람들에게 언제까지나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사람은 백이십 년밖에 살지 못하리라." 하셨다.
그 때 그리고 그 뒤에도 세상에는 느빌림이라는 거인족이 있었는데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들로서 옛날부터 이름난 장사들이었다.
창세기 6장 1-4절

'하느님의 아들들'이라는 표현은 욥기의 1장 6절과 2장 1절에서도 천사들을 가리켜 사용된 표현이다. 창세기는 노아 이전의 천사들의 타락에 대해 간결한 서술만을 남겼지만, 유다교의 전승을 담고 있는 에녹서에서는 조금 더 자세한 맥락의 설화가 전해진다.

그 무렵 땅 위에 사람들의 자손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그들에게서 우아하고 아름다운 딸들이 태어났다.

그러자 하느님의 아들들, 즉 감시자들(ἐγρήγοροι)이 사람의 딸들을 보고 서로 말하였다. "자, 우리 모두 사람의 딸들 가운데서 아내를 골라. 각자 아이를 낳기로 하자."
천사들의 우두머리인 셈야자가 말했다. "나는 너희들이 이 일을 하고싶지 않은데 억지로 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다.
그렇게 된다면 나 혼자만이 죄를 지어 큰 벌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천사들이 모두 말했다. "우리 모두 맹세하겠다.
서로 맹세하여 단단히 묶어두고, 우리의 목적을 변치 않고 계획된 대로 행할 것이다."
그런 뒤 천사들은 모두 함께 서로 맹세하여 단단히 묶었다. 그 계획에 합세한 자는 모두 이백 명이었다. 그들은 아르몬 산 꼭대기의 아르딧이라는 곳으로 내려왔다.

에녹서, 7장 1절-7절

즉, 땅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은 천사들이 욕정을 품고, 하느님의 명령을 거슬러 인간의 여인들을 품으려 내려가 그들 사이에서 자녀를 가졌다는 것이다. 천사들과 인간 여인들 사이에서 거인족인 네피림이 태어났고, 네피림이 땅을 황폐하게 만들고 천사들이 인간들에게 악한 지식을 가르치며 땅이 혼란해진다. 뒤이어 땅을 정화하기 위한 노아 시대의 대홍수가 일어난다.

이 감시자 천사들은 미카엘가브리엘에 의해 저승 깊숙한 곳에 유폐되어, 최후의 심판까지 결박되게 된다. 이에 대해 신약성경은 에녹서를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하느님께서는 죄지은 천사들을 용서 없이 깊은 구렁텅이에 던져서 심판 때까지 어둠 속에 갇혀 있게 하셨습니다.
베드로의 둘째 편지 2장 4절
또 천사들도 자기 자리를 지키지 않고 자기가 사는 곳을 버렸을 때에 하느님께서는 그들을 영원한 사슬로 묶어서 그 큰 심판의 날까지 암흑 속에 가두어두셨습니다.
유다서 1장 6절

이것이 성경에 직접적으로 등장한 타락천사들의 이야기다.

한편, 천사라는 언급이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이사야 예언서와 에제키엘 예언서는 영광을 받던 거룩한 존재가 교만함 때문에 땅으로 추락하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스도교 교부들은 이 이야기에서 최초로 하느님을 거역하고 추락한 천사, 즉 사탄의 이야기를 읽어냈다.

웬일이냐, 너 새벽 여신의 아들 샛별아, 네가 하늘에서 떨어지다니! 민족들을 짓밟던 네가 찍혀서 땅에 넘어지다니!

네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지 아니하였더냐? '내가 하늘에 오르리라. 나의 보좌를 저 높은 하느님의 별들 위에 두고 신들의 회의장이 있는 저 북극산에 자리잡으리라.
나는 저 구름 꼭대기에 올라가 가장 높으신 분처럼 되리라.'
그런데 네가 저승으로 떨어지고 저 깊은 구렁의 바닥으로 떨어졌구나!

이사야 14장, 12-15절
"사람의 아들아, 티로 임금을 두고 애가를 불러라. 그에게 말하여라. '주 하느님이 이렇게 말한다. 너는 완전함의 본보기로서 지혜와 더없는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하느님의 동산 에덴에서 살았다. 너는 홍옥수와 황옥 백수정과 녹주석과 마노 벽옥과 청옥과 홍옥과 취옥 온갖 보석으로 뒤덮였고 너의 귀걸이와 네가 걸친 장식은 금으로 만들어졌는데 네가 창조되던 날 그것들이 모두 준비되었다.
나는 우람한 커룹을 너에게 보호자로 붙여 주었다. 너는 하느님의 거룩한 산에 살면서 불타는 돌들 사이를 거닐었다.
너는 창조된 날부터 흠 없이 걸어왔다. 그러나 마침내 너에게서 불의가 드러났다.
너의 그 큰 장사 때문에 너는 폭행을 일삼으며 죄를 지었다. 그래서 나는 너를 더럽게 여겨 하느님의 산에서 쫓아냈다. 보호자 커룹이 너를 불타는 돌들 사이에서 사라지게 하였다.
너의 아름다움으로 네 마음이 교만해지고 너의 영화 때문에 너는 네 지혜를 타락시키고 말았다. 그래서 내가 너를 땅바닥에 내던지고 임금들의 구경거리로 내놓았다.

에제키엘 28장, 12-17절

이사야서의 저자는, 근동 신화에서 이슈타르의 아들인 금성의 신 아타르가 바알에게 도전하다 몰락하는 설화를 인용, 변주하며, 교만에 빠져 절대자에게 거역하다 추락하는 존재를 노래하며 바빌로니아 왕을 비판한다. 헬리오스의 아들 파에톤의 이야기도 그렇고, 지중해 문화권에서 '땅으로 떨어진 거룩한 존재'의 이야기는 많이 나타난다. 유다교와 그리스도교에서는 그 이야기가 하느님과 사탄의 관계에서 설명되는 것이다.

에제키엘서의 저자 역시, 태초의 낙원에 거닐던 '임금'에 비유되는 영광스러운 자에 대해 노래한다. 그는 케루빔을 보호자로 거느릴 정도로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고 누구보다도 지혜와 용모가 빼어났지만, 죄를 짓고 낙원에서 쫓겨나 불타 사라진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유다교와 그리스도교 전승에서 '하느님을 거역한 거룩한 천사' 즉 사탄을 설명하는 가장 적합한 해설로 자리잡았다.

아침에 일어난 루치페르아, 어찌하다 네가 하늘에서 떨어졌느냐?…루치페르는…빛나는 별과 같았습니다. 그러나 오만하게 말하며 민족들에게 상처를 입혔던 그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그는 ‘내가 이토록 강한 힘을 얻었으니 하늘은 잠잠히 있고 별들은 넘어져 내 발 밑에 깔려야 하리라’ 하고 말했습니다. … 루치페르의 교만은 하늘로 만족할 줄 모르고, 미친 듯이 폭발하여 자신이 하느님과 같다고 주장하려 하였습니다.
예로니모 『이사야서 주해』 5,14,12-14.
왜 악마(루치페르)가 떨어졌습니까? 그 자가 도둑질을 했기 때문입니까? 그 자가 살인을 저질렀기 때문입니까? 그 자가 간통을 범했기 때문입니까? … 악마는 이런 것 때문에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 자는 자기 혀 때문에 떨어졌습니다. …그 자는 ‘나는 하늘로 오르리라. 별들 위로 나의 왕좌를 세우고 지극히 높으신 분과 같아져야지!’ 하고 말했습니다. …악마 같은 죄는 바로 혀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솔로몬의 말을 들어 보십시오. ‘혀의 힘에 죽음과 삶이 달려 있다’(잠언 18,21). 여러분은 얼마나 많은 악이 ‘혀의 힘’에 달려 있는지 알겠습니까? 혀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무엇을 위해 말을 하는 것입니까? ‘혀의 힘에!’”
예로니모 『시편 강해집』 41(시편 119)

특히, 이사야 14장에서 "샛별"이라고 표현된 존재를 가리키는 라틴어 단어, 루치페르는 지금도 사탄의 대명사와 같이 여겨진다.

루시퍼는 물론이고 흔히 대중들에게 생각되는 타락천사의 개념은 기독교성경보다 각종 전승이나 미디어 등의 묘사에서 유래된 것이 많다. 꼭 그리스도교적 묘사가 아니더라도, 절대자인 에 대항한 천사나 그에 준하는 존재가 지옥, 마계로 유폐되거나, '인간을 사랑하거나' 등등 흔히 나오는 타락 클리셰는 이러한 전승에 근거하고 있다.

타락천사 목록

원전이 되는 기독교나 유대교, 등에서 타락한 천사로서 취급되는 존재들은 다음과 같다.

  • 루시퍼
    어느 날 자기 힘에 도취되어 군대를 이끌고 하나님께 반역을 일으켰다가 실패하고 지옥으로 떨어진 타천사. 타락천사란 기믹을 사용할 경우 가장 먼저 모티브를 가져오는 대상이기도 하다.
  • 아자젤: 그리고리의 수장. 천사의 몸으로 인간 여자들과 관계를 가진 죄로 유폐되었다.
  • -라미엘-: 논란이 있다. 문서 참고.
  • 사탄: 루시퍼와 동일인물이라는 설도 있지만 정확한건 항목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