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

12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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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12사도 중 1사도
베드로 | Pet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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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교황
출생
기원전 1년 전후 추정
로마 제국 시리아 속주
사망
서기 67년 전후
또는 서기 68년 전후 (향년 33세)
로마 제국 로마

개요

모두들 조반을 끝내자 예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베드로가 "예, 주님. 아시는 바와 같이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께서는 "내 어린양들을 잘 돌보아라." 하고 이르셨다.[1]
-요한복음서 21장 15절(공동번역)

예수 그리스도12사도 중 첫 번째 사도이자, 예수 사후 1세대 교회를 지도한 인물이다. 또 다른 사도로 전해지는 사도 안드레아스의 형이다.

이러한 베드로의 중요성 때문에 가톨릭에서는 그를 초대 교황으로 보며, 개신교에서도 교황들이 베드로를 '계승'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지만, 베드로가 1세대 교회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사도였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신약 성경과 복음서에서 비중이 큰 인물로, 특히 복음서에서 계속하여 이름이 명시되어 언급되는 극소수의 인물 중 한 명이다. 나오는 횟수도 사도들 중 가장 많은데, 사도행전만 해도 사도 바오로를 제외하면 베드로의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람을 낚는 어부로 비유된 당사자이다.

신약에 반영된 서로 다른 계통의 전승들이 공통적으로 베드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바울로가 전해준 전승에 의하면 부활한 예수는 베드로, 열두 제자, 500명의 교우, 야고보, 기타 사도 순으로 발현하였다.(1고린 15장)
    • 바울로가 창설한 이방계 교회를 위해 저술한 루가 복음서-사도행전의 저자는 (넓은 뉘앙스의 단어인) '사도'를 12제자에게로 한정하고 이들의 대표로 베드로를 묘사한다. 또한 사도행전에서 바울로를 베드로와 평행 인물로 그리는데, 이 두 책이 바울로가 창설한 교회들을 독자로 염두에 뒀음을 감안하면 강조점은 "베드로만큼이나 엄청난 바울로"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 로마 지역의 이방계 교회에서 저술된 마르코 복음서는 (제자들의 부족함을 강조하긴 하지만) 베드로를 제자들의 대표 인물로 그린다.
  • 시리아-팔레스티나 지역의 유대계 교회에서 저술된 마태오 복음서는 베드로를 교회를 떠받치는 반석으로 그린다.(마태오 16장)
  • 유대계 교회에 속하지만 독특한 성격이 강한 요한계 전승에선 베드로와 '예수의 사랑하시는 제자'를 제자단의 가장 중요한 두 인물로 묘사한다. 여기서 '사랑하시는 제자'가 요한계 전승 집단과 관련됨을 고려하면 서술 의도는 '사랑하시는 제자'가 베드로만큼이나 엄청나다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곧 서로 다른 계통의 전승들이, 공통적으로 베드로의 중요성을 당연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교황권에 대한 가톨릭과 개신교의 해석 차이에도 불구하고, 베드로가 초대 교회의 최중요 핵심 인물에 속한다는 건 성서학계에서 이견의 여지가 없다.

유대인들, 정확히는 '할례받은 사람들'의 사도로 '이방인의 사도'인 사도 바울로와 대비된다. 그리스도교, 특히 가톨릭에서 가장 중요한 성인 중에 하나다. 가톨릭에서는 베드로를 초대 교황으로 간주하며, 정교회 역시 역대 로마 교황들을 베드로의 후계자로 인정한다.[2] 축일은 사도 바울로와 같이 6월 29일이다. 반드시 그리스도교인이 아니더라도, 대체적인 일반인들의 인지도도 이스카리옷 유다 다음으로 높은 편이다.

상징물은 열쇠.[3] 이유는 후술할 마태오 복음서의 내용 때문인데, 물론 다른 상징물도 많지만 열쇠는 성 베드로만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회화나 조각 등에서 열쇠를 들고 있는 성인이 있다면 100이면 100 성 베드로이다. 그래서 성 베드로 성당의 광장 역시 열쇠 구멍 모양으로 디자인되었다. 가톨릭 입장에서는 초대 교황이기 때문에 삼중관과도 연관이 있기는 한데, 삼중관은 교황 출신 성인들의 공통된 상징이기 때문에 알아보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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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 바스코 페르난데스[4], 1506년, 패널에 유채, 그랑 바스코 미술관, 비제우

성격이나 행적, 그리고 전승에서의 최후를 보면 공자의 제자인 자로와 닮은 구석이 있다. 둘 다 스승이 으뜸으로 꼽은 제자였으며[5] 스승과의 친분또한 두터웠다.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모두 거칠고 성급하고 솔직했다. 둘 다 섬기던 스승을 위해 싸웠던 적이 있으며, 둘 다 스승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 생을 바쳤다.

이름

본명은 아람어로 시몬 바르요나(ܫܡܥܘܢ ܒܪܗ ܕܝܘܢܐ، שמעון בר יונה)이며, 요나의 아들[6](ܒܪܗ ܕܝܘܢܐ، בר יונה) 시몬(ܫܡܥܘܢ، שמעון)이라는 뜻이다. 요한의 복음서 21장에서는 "요한의 아들 시몬"이라는 표현이 쓰였다.

예수는 그에게 "바위"이라는 의미의 아람어 '케파(ܟܐܦܐ، כיפא)'를 호칭으로 주었다. 이 호칭을 그리스어로 번역하면 페트로스(Πέτρος)가 되며 라틴어로 옮기면 페트루스(Petrus)가 된다. 그래서 언어 고증을 살린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는 시종일관 베드로를 '케파'로 부른다. 서구권에서도 드물지만 이 단어가 이름으로 쓰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스페인의 전 축구 선수인 케파 블랑코(Kepa Blanco González)레알 마드리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골키퍼인 케파 아리사발라가(Kepa Arrizabalaga Revuelta)가 있다.

눈여겨볼 점은, '케파'(베드로)라는 이 호칭을 받은 것이 단순한 개명(改名)의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케파"도 "베드로"도 당시엔 인명으로 쓰인 바가 없으며, 여기엔 메시아(그리스도)처럼 일종의 직함이었다.

시몬이 베드로라고 불렸으며 이 이름은 그의 본래 이름이 아니라 예수께서 주신 호칭이었다 ... 나아가 '케파스(Kefas)'라는 이름이 모든 언어로 번역되었다는 점은 그것이 단지 한 개인의 이름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다. 왜냐하면 고유한 이름은 번역되지 않기 때문이다.
호세 안토니오 사예스José Antonio Sayés, 《교회론》La Iglesia de Cristo, 윤주현 옮김, 가톨릭출판사, 2008, p.690

곧, '예수 그리스도'가 나자렛 예수의 세속적 풀네임이 아니라 '기름 부음 받은 이(메시아) 예수'라는 의미이듯이, '시몬 베드로' 역시도 시몬의 풀 네임이 아니라 '바위(케파)'라는 직함을 시몬이 받았음을 의미한다.

베드로의 이름은 다양하게 쓰이는데 영어의 피터(Peter), 독일어의 페터(Peter), 프랑스어의 피에르(Pierre), 스페인어의 페드로(Pedro), 이탈리아어의 피에트로(Pietro)나 피에로(Piero), 러시아어의 표트르(Пётр), 체코의 페트르(Petr), 아랍어 부트루스(بطرس) 등.[7] 언어에 따라서는 원형에 가까운 페트로도 쓰인다.[8] 한편 여성형 이름은 페트라인데, 베드로와 달리 큰 변화 없이 전래되었다.

덧붙이자면 로망스어에서는 아직도 고대 그리스어라틴어로 물려받은 원래의 이란 뜻의 단어와 형태적으로 유사하다. 이탈리아어의 Pietra(돌)-Pietro(피에트로)가 대표적. 영어에도 이는 남아있는데, 암석을 뜻하는 접두 petro-로 사용된다. 석화(petrification), 암석학(petrology), 석유(petroleum) 등이 그 예[9]이다. 우리말의 한자어 돌 석 자와 비슷한 느낌의 위상이다.

콘클라베에서 선출된 역대 교황들이 교황명을 선택할 때, 요한이나 바오로 같은 사도들의 이름은 자주 고르면서도 유독 베드로만은 고르지 않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졌다. 베드로를 고르면 안 된다는 금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도와는 달리 예수가 직접 지어준 이름인 데다가 초대 교황이라는 상징성도 있어서 감히 고를 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예수로부터 이름을 받기 전에 가지고 있던 시몬 역시 지금도 서양권에서 인명으로 많이 사용된다. 영어권 인명인 사이먼의 어원이 히브리어 인명인 시몬이다. 프랑스어로 시몽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예시로 프랑스의 수학자 피에르시몽 라플라스가 있다. 하필이면 이름받기 전 이름과 이름받은 후 이름이 모두 있다.

성경에서의 묘사

예수의 제자가 되기 전에는 어부였다. 그래서 기존에는 하층민이었을 것이라 설이 지배적이었다가, 시대가 흘러 당시 갈릴래아 호수의 어업이 돈이 되는 고부가 산업이라 중산층이며 교육받은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현대에도 어업은 힘들지만 운만 따라주면 제법 큰돈을 만질 수 있는 나름 고부가 산업이다. 베드로의 집터로 추정되는 곳이 상당히 넓었다는 것을 토대로 베드로가 부유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긴 하지만 근거가 미약해 학자들의 비주류 의견 정도. 또한 그 집터라는 것도 진짜 베드로의 집터라는 근거가 빈약하다. 다만 그의 아버지가 자기 소유의 배가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주 가난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예수 문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유대교의 랍비도 나름의 생계를 위해 노동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사도행전에 다른 사람들이 베드로를 무식한 사람으로 생각했다가 연설을 듣고 놀라는 장면이 있는 것으로 보아, 교육을 받은 사람은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베드로의 인상이 무식해 보여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대체로 고대로 갈수록 '외적인 아름다움 = 내적인 아름다움'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별것 없어 보이는 인상과는 다르게 좋은 연설을 하는 바람에 놀랐던 것으로 볼 수도 있으니까.

마태오 복음서에 따르면 예수에게 천국열쇠를 건네받았다고 하며,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 고백[10]을 처음으로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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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에게 열쇠를 주는 그리스도, 암브로지오 부온비키노, 성 베드로 대성당 파사드

천국의 열쇠와 관한 내용은 가톨릭 교황의 권위와, 종교 개혁 시대의 사도 전승 논쟁에 있어 굉장히 중요하므로 한번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태오 복음서 16장 18-19절[11]
18κἀγὼ δέ σοι λέγω ὅτι σὺ εἶ Πέτρος, καὶ ἐπὶ ταύτῃ τῇ πέτρᾳ οἰκοδομήσω μου τὴν ἐκκλησίαν καὶ πύλαι ᾅδου οὐ κατισχύσουσιν αὐτῆς. 19δώσω σοι τὰς κλεῖδας τῆς βασιλείας τῶν οὐρανῶν, καὶ ὃ ἐὰν δήσῃς ἐπὶ τῆς γῆς ἔσται δεδεμένον ἐν τοῖς οὐρανοῖς, καὶ ὃ ἐὰν λύσῃς ἐπὶ τῆς γῆς ἔσται λελυμένον ἐν τοῖς οὐρανοῖς.[12]
18나 또한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19또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18나도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다. 나는 이 반석 위에다가 내 교회를 세우겠다. 죽음의 문들이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19내가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가톨릭 새번역개신교 새번역

가톨릭은 이 내용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긴다. 이 구절을 근거로 베드로가 예수로부터 천국 문의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여겨지며, 여러 전승에서 천국 문의 열쇠를 가진 문지기로 등장한다. 가톨릭에서는 예수부활과 승천 후 그리스도교의 종교적 지도자 중 한 명이 된 그를 초대 교황으로 여기는 근거가 되었으며, 이후의 교황들에게 맡겨진 직무는 여기서 근거한다.

정교회 역시 이 구절을 근거로 베드로의 후계자인 로마 주교가 사도 전승을 잇는 모든 주교들 중 으뜸임은 인정한다. 이를 '명예 수위권'이라 부르긴 하지만, 로마 바깥의 교구에 대한 결정 권한이 교황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1. 원문(UBS GNT5):"Ὅτε οὖν ἠρίστησαν λέγει τῷ Σίμωνι Πέτρῳ ὁ Ἰησοῦς, Σίμων Ἰωάννου, ἀγαπᾷς με πλέον τούτων; λέγει αὐτῷ, Ναὶ κύριε, σὺ οἶδας ὅτι φιλῶ σε. λέγει αὐτῷ, Βόσκε τὰ ἀρνία μου."
  2. 정교회는 가톨릭의 사도 전래성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며, 교황의 수위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만 이의를 제기할 뿐이다. 현재 세계 정교회를 대표하는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는 베드로의 형제인 사도 안드레아의 후계자로 간주된다.
  3. 그냥 열쇠도 아니고 천국의 문을 여는 열쇠다. 어디에서든 잠근다면 천국의 문은 잠길 것이고, 어디에서도 풀어내면 천국의 문이 열린다고.
  4. 그랑 바스코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져 있다
  5. 물론 자로의 경우에는 정말 우수한 제자였기 때문이라면 베드로의 경우에는 정확한 이유는 등장하지 않아 여러 신학적인 해석이 존재한다. 베드로의 성격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고지식하고(예수가 잔치에 초대받았을 때 위 좌석이 아닌 끝자리에 가서 앉으라고 하니 그걸 그대로 실천했다), 물론 후에 배반했으나 충직했던 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6. 아람어 바르(בר‎‎)는 '~의 아들'이라는 의미이다. 12사도 중 한 명인 바르톨로메오 역시 '톨마이의 아들'이라는 의미의 바르톨마이(בר תלמי‎‎)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덧붙여 장폴 사르트르가 쓴 희곡 작품인 《바리오나(Bariona)》의 어원이기도 하다.
  7. 이 이름의 유명인으로는 전 UN 사무총장인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가 있다.
  8. 이를테면 우크라이나 전 대통령 페트로 포로셴코(Петро Порошенко)몰도바의 전 대통령인 페트루 루친스키(Petru Lucinschi)가 있다.
  9.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나오는 동작 그만 주문인 '페트리피쿠스 토탈루스(Petrificus Totalus)' 역시 마찬가지이다.
  10.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11. 원문은 Nestle-Aalnd 28판을 사용했다. 이하 같다.
  12. 18kagō de soi legō hoti sy ei Petros, kai epi tautēi tēi petrāi oikodomēsō mou tēn ekklēsian kai pylai hāidou ou katischysousin autēs, 19dōsō soi tas kleidas tēs basileias tōn ouranōn, kai ho ean dēsēis epi tēs gēs estai dedemenon en tois ouranois, kai ho ean lysēis epi tēs gēs estai lelymenon en tois ourano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