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강역:동아의 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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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삶이란 뭐요? 삶은 곧 국가요. 개인은 어떻든 죽어야 하지 않소?
- 아돌프 히틀러

격동의 제2차세계대전이 연합국과 추축국의 정전으로 끝나며, 유럽과 세계는 무너졌습니다. 유럽의 국민들은 나치의 잔인한 군홧발에 짓밟혔고, 아리아인들은 환호했습니다. 아돌프 히틀러는, 그들의 영웅이 되었고, 유태인은 유럽에서 멸종했습니다.

프랑스인들과 영국인들은 각각, 에펠탑과 빅벤에 나치의 국기가 휘날리는것을 보면서, 오늘도 어디선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을 게슈타포들을 마음속으로 두려워 하며, 직장으로 출근합니다.

게슈타포들의 개.png
나치 빅벤.png
런던 지하철에서

 

1948년 2월 20일,

오늘 아침도 변함없다. 잿빛 하늘 아래, 퇴색한 유니온 잭의 흔적마저 사라진 런던을 바라보며 집을 나섰다. 거리는 한산했고, 사람들은 모두 말없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누구도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벽에는 귀가 있고, 공기에는 감시자의 시선이 서려 있다.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던 중, 순간적인 소란이 들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고 그 방향을 바라보았다. 검은 가죽 코트를 입은 게슈타포 요원들이 젊은 남성을 에워싸고 있었다. 남자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곧바로 한 요원의 주먹이 그의 얼굴을 강타했다. 그는 비명을 지르지도 못한 채 바닥으로 쓰러졌다.

"반체제 선동 혐의로 즉시 체포한다. 불응시 사살한다."

게슈타포의 목소리는 무미건조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아무도 그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 그저 발만 보고 있었다. 혹여라도 눈이 마주쳐 연루되지는 않을까,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것을 느끼며,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남자가 끌려가는 동안 그의 눈이 나를 스쳤다. 간절한 눈빛이었다. 살려달라는, 아니, 최소한 기억해달라는 듯한 표정.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더 깊이 모자를 눌러쓰고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몇 초 후, 그는 사라졌다.

지하철이 도착했고,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히 열차에 올랐다. 마치 그 순간이 아침 출근길의 일상적인 한 장면에 불과하다는 듯이. 하지만 나는 안다. 우리가 하루하루를 이렇게 살아가다 보면, 결국 저항할 용기조차 잃어버린다는 것을.

나는 주머니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었다. 떨리는 손으로 오늘의 기록을 남겼다. 누군가는 이 모든 것을 기억해야 한다. 설령 내가 그것을 목소리로 낼 수 없다 하더라도, 역사는 사라져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 기록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각될지 모른다.

나는 게슈타포의 감시망 속에서 글을 남기고 있다.

독일 점령 파리.png
파리의 아침

 

1948년 2월 22일,

파리, 클레르몽 거리에서 프랑수아 뒤몽

오늘도 거리에는 독일군의 발소리가 울려 퍼진다. 파리는 더 이상 파리가 아니다. 도시는 죽은 듯이 조용하고, 사람들은 그림자처럼 벽을 따라 걷는다. 누구도 크게 웃지 않고, 누구도 큰 소리로 말하지 않는다. 침묵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의심하고, 서로를 두려워하며 살아간다. 며칠전에는 옆집 아저씨가 잡혀갔다. 레지스탕스를 숨겨줬다나, 쨌든 나는 빵을 사러 가는 길이었다. 식량 배급소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고, 사람들은 차례를 기다리며 불안한 시선으로 주위를 살폈다. 누군가 귓속말을 하면, 그 소리는 마치 천둥처럼 크게 들렸다. 게슈타포는 어디에나 있다. 그들은 우리의 생각마저도 읽는 듯하다.

갑자기 한 소녀가 비명을 질렀다. 사람들은 움찔하며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팔을 움켜쥔 게슈타포 병사는 그녀를 노려보며 무언가를 따졌다. 나는 숨을 죽였다. 그녀의 부모로 보이는 중년 남녀가 다급히 다가가 사죄했다. 병사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소녀의 뺨을 후려쳤다.

소녀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나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부모조차도 그녀를 부축하지 못했다. 병사가 한마디 더 던지고 떠나자, 그제야 부모가 황급히 소녀를 일으켜 세웠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흘렀지만, 아무도 위로할 수 없었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 장면을 계속 보고 있으면 나도 위험해질 것만 같았다. 빵을 사러 왔지만, 식욕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파리 시내는 전쟁이 끝난지 3년이나 지났지만, 독일군 탱크가 돌아다니면서, 시민들에게 무서움을 조성하고 있다. 파리는 항상 이렇게, 아침을 맞이한다. 더러운 잿빛과 핏덩어리들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