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수반

개요

정부수반(政府首班, Head of government)은 정부의 최고 직위자로, 대개 삼권 가운데 행정부의 수장을 가리킨다.[1][2]

특징

대체로 입헌군주제 국가들은 거의 다 의원각제라 국민들이 직접 정부수반을 뽑는게 아니다. 아무래도 의원내각제라는 제도 자체가 원래 영국에서 점진적으로 왕권을 줄이면서 의회와 최고 대신, 즉 총리에게 실권을 이양하는 형태로 발전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완전히 민주화가 됐어도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군주제의 전통이 강한 유럽 국가들은 프랑스, 키프로스, 튀르키예를 빼고 입헌군주국공화국을 막론하고 의원내각제이거나 내각제에 가까운 이원집정부제인 경우가 많다. 또한 유럽에서 내각제를 선호하는 것은 대통령제를 잘못 도입할 경우 임기 동안 '선거로 뽑힌 절대군주'처럼 될까 두려워하는 정서와도 맞물려 있다. 그래서 많은 유럽 국가들은 내각제나 사실상 내각제에 가까운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한 경우가 많고, 군주[3]나 대통령[4]을 실권이 적은 상징적 국가원수로만 두는 경우가 많다.[5]

입헌군주제 국가일 경우 정부수반을 직선으로 뽑으면 그의 위상이 너무 강화[6]되어 의전상 국가원수인 군주의 역할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어서 아무래도 잘 도입되지 않고 있다. 물론 "세습 군주인 국가원수와 실제 정부를 이끄는 정부수반은 역할이 다르므로 정부수반을 직선제로 선출해도 양자가 충돌하지 않는다"는 반론을 제기하면서 정부수반을 직선제로 뽑자는 주장도 있기는 하다.

유럽에서는 흔하지 않지만, 일본의 경우 국민들의 정치 불신이 워낙 강해 총리직선제 찬성 여론이 굉장히 높은 편이다. 그래서 찬·반 입장을 가진 정치인들이나 전문가들 사이에 이런 논의가 구체적으로 오가는 편이다. 군주국은 아니지만 이스라엘의 경우 실권자인 총리의 지도력이 너무 약하다고 판단하여 1992년~2002년에 실험적으로 총리 직선제를 운용한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운영해 본 결과 총리의 지도력이 오히려 더 약해져서 현재는 총리직선제가 폐지됐다.

미국과 같은 대통령제 국가의 경우 대통령이 국가원수와 정부수반의 역할을 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흔히들 미국은 중국처럼 국가원수와 정부수반이 따로 나뉘어져 국가원수는 대통령, 정부수반은 국무장관(총리급)[7] 이렇게 나뉘어져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다.

한국은 대통령제이면서 국무총리를 두고 있는 특이한 나라들[8] 중 하나인데, 국민 직선으로 뽑힌 대통령이 정부수반도 겸하고, 국무총리는 정부2인자이다. 국무총리를 정부수반으로 보는 경우도 잘못된 시각이다. 국무총리는 행정부를 지휘하지만,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하는 것이고 독자적인 권한[9]은 없다.

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시기 총리가 정부 수반이었고, 해방 후 헌법 초안을 작성할 때 내각제를 채택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유력했던 이승만은 스스로 실권을 쥐고 싶어했기 때문에 대통령제를 주장했다. 그래서 수정된 초안에서는 이전 초안에 있던 국무총리직을 유지하긴 하되 본래 총리의 권한으로 했던 것들 상당수를 대통령의 권한으로 수정하는 형태로 이뤄졌고, 4.19 혁명 이후에는 의원내각제를 했으나 박정희 이후 대통령제로 전환되었다. 이때의 흔적이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오늘날 국무총리는 사실상 실권이 거의 없는 유명무실한 직책이 됐다는 지적이 많고,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에 처했을 때 대신 책임지고 사임하는 소위 '방탄 총리'로 전락하고 말았기에 개헌을 통해 대통령은 국가원수의 권한만 갖고 실질적인 정부수반의 권한을 총리와 내각에 부여하도록 하거나 아니면 이원집정부제, 총리제를 폐지한 대통령제를 하자는 의견도 있다.

프랑스의 경우 이원집정부제의 대표적인 케이스이고 의전상 국가원수대통령, 정부수반은 총리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실질적으로는 대통령제처럼 국정이 운영돼 대통령이 정부수반을 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경우가 많다. 다만 가끔 동거정부[10]가 형성됐을 경우 부득이 대통령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의회 제1당의 유력 대권 주자를 총리로 지명하게 되는데, 이 때 대통령은 명목상의 국가원수, 총리는 실권을 쥐게 돼 내각제와 비슷해진다고 분석되고 있다.

물론 이렇게 상황에 따라 실질적으로 대통령제와 내각제가 오가는 방식은 프랑스의 현행 헌정 체제를 도입할 당시부터 의도적으로 이렇게 기획된 건 아니었다. 본래 내각제였던 것을 국민적 인기가 높았던 샤를 드 골 시절에 대통령제에 가깝게 수정하되 기존의 총리직을 존치해 둬서 의회 다수당[11]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게 했다. 당시 프랑스는 사회당의 집권을 상상하기 어려웠으므로 이런 식으로 내각제의 일부 요소를 남겨놓되 사실상 대통령제를 하려고 한 것[12]이라고 본다.

하지만 훗날 변화한 정치 지형과 헌법에 남아 있는 내각제적 특성이 결합하면서 동거정부라는 기묘한 집권 방식[13]이 탄생하게 된다. 프랑스의 동거정부는 내각제 국가의 연립정부와는 성격이 또 다르다. 내각제 국가의 실권 정부수반은 총리인데, 총리는 연립정부하에서도 의회 다수당의 대표가 선출되기에 계속 실권자이다. 이는 상황에 따라 실권자가 대통령과 총리를 오가는 프랑스와 차이점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정부수반이라는 용어를 쓸 경우 상징적인 국가원수가 따로 있고 실권자가 정부수반이라는 전제로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프랑스처럼(동거정부 상황 제외) 사실상 국가원수가 실권을 가져서 사실상 정부수반을 겸하는 것처럼 돼 버리고 총리가 지닌 형식상의 정부수반 지위가 상징화돼 버리는 경우도 존재한다.

정부수반 대신 행정수반이란 말을 쓰기도 하는데 의미가 조금 다르게 쓰일 수도 있다. 지금은 쓰이지 않지만 대한민국에서 5.16 군사정변 이후 헌정중단기에는 내각수반이란 표현도 쓰였다.

원래는 상당수의 대통령제 국가들처럼 국가수반과 실권자가 겹쳐지다가 역사의 흐름에 따라 분리되는 경우도 있는데 공산국가나 준공산국가와 같은 곳에서 대표적인 예가 보이기도 한다. 중국의 경우 건국 초기에는 국가주석인 마오쩌둥이 실권을 가진 수반으로써 그를 넘어 신적인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사후 수십년 동안의 변화를 거치는동안 류샤오치와 같이 국가주석이지만 실세가 아닌 경우도 있고 반대로 덩샤오핑과 같이 주석이 아니지만 최고지도자였던 경우도 있었으며 현재로써는 후술했듯이 중국의 총리직을 맡고 있는 리창[14]이 정부수반이며 실권자인 당중앙군사위원회의 주석직은 시진핑이 역임하고 있다.

준공산국가[15]인 북한의 경우 과거 김일성이 마오쩌둥과 마찬가지로 국가주석으로써 실권[16]을 가진 국가수반이었지만 사후 최고지도자는 당정군의 실세인 김정일이고 국가원수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김영남이 맡는 구조가 되었다. 현재는 상임위원장인 최룡해가 아닌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실권자로써 국가원수에 해당하는 일원화 체제로 다시 변경되어 있다.

관련 문서

각주

  1. 국회가 국권의 최고 기관인 의원내각제 국가에서도 정부수반은 다수 당의 총재행정부의 수장으로 지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 그래서 정부수반이 아닌 행정수반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많으며 2015 개정 교육과정 사회 탐구 선택과목 정치와 법 에서도 행정부 수반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3. 입헌군주국일 경우
  4. 공화국일 경우
  5. 참고로 내각제 또는 내각제에 가까운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한 공화국의 경우, 대통령이 국민 직선으로 뽑히는 경우도 있고 간선으로 뽑히는 경우도 있다. 대통령제와 달리 대통령이 실권이 적고 상징적인 성격이 더 강하기 때문에 간접선거로 뽑아도 크게 문제되진 않는다. 내각제 또는 내각제에 가까운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한 나라 중 대통령을 직선으로 뽑는 예로는 오스트리아, 핀란드, 포르투갈. 간선으로 뽑는 예로는 독일, 이탈리아, 인도 등이 있다. 직선인 경우가 간선인 경우보다 실권이 조금 더 많은 경향이 있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아일랜드의 경우 의회에서 대통령을 합의 추대하는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민 직선으로 대통령을 뽑지만, 유럽의 대통령들 중에서 권한이 가장 약하다고 평가 받고 있다. 이것은 아일랜드(영국의 일부로 남아 있는 북아일랜드는 제외)가 영국에서 점진적으로 독립하면서, 영국 국왕이 맡던 역할을 대통령으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6. 정부수반을 직선으로 뽑을 경우, 온 국민이 한 사람을 뽑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그 위상과 정통성이 크게 강화될 개연성이 높다.
  7. 미국은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다가 독립한 나라로써, 영국의 잔재를 최대한 없애기 위해 총리 제도를 두고 있지 않다.
  8. 이런 나라가 한국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나라 중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그 외에는 중앙아시아아프리카소국들이나 남미에 좀 있을 뿐이다.
  9. 헌법 제4장 제66조의 4: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
  10. 대통령 소속 정당과 의회 다수당이 불일치할 경우 대통령은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의회 다수당의 유력 대권 주자나 당 대표를 총리로 지명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상황을 동거정부라고 부른다.
  11. 여소야대 현상이 잦은 한국과 달리 프랑스는 대통령 소속 정당이 곧 의회 다수당이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총리는 사실상 대통령과 뜻을 같이 하게 된다.
  12. 이런 탓에 저명한 헌법학자 겸 정치학자 카를 뢰벤슈타인은 프랑스 제5공화국 헌법을 두고 '드골에 대한 맞춤 양복'이라고 깠다고 한다.
  13. 프랑스는 2000년국민투표를 거쳐 헌법을 개정해서 대통령의 한 번 임기를 5년으로 단축시키고(이전에는 자그마치 7년이었다) 총선대선 시기를 거의 일치시켰다(대선 한 달 뒤에 총선 실시). 총·대선 시기를 일치시키면 대통령 소속당이 곧 의회 다수당이 되기 쉬운데, 이는 동거정부가 출현할 가능성을 일부러 줄인 것이다. 즉 이 개헌이 이뤄졌다는 것은 웬만하면 사실상 대통령제로만 국정을 운영했으면 한다는 컨센서스가 주요 정당과 국민들 사이에 형성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14. 2023년 3월 11일까지는 리커창이었다.
  15. 주체사상은 더이상 공산주의 계열의 사상이 아니며 중국을 비롯한 그 어느 사회주의 국가의 이념보다 이상한 관념이다. 더욱 확실한 게 중국에서 마오쩌둥, 덩샤오핑, 시진핑의 권위가 절대적이라고 해도 마르크스엥겔스, 레닌스탈린 등을 연구하는 게 불허되지는 않는데 북한에서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와 레닌을 연구하면 오직 김일성, 김정일의 사상만이 최고라고 잡아간다.
  16. 물론 김일성이 아주 긴 시간을 절대자로 집권했어도 생각보다 실권을 누린 시간은 많지 않았는데 1940년대와 1950년대에는 아직 기반이 약했고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후계자인 김정일에게 너무 권력이 많이 넘어가있어서 사망 당시의 김일성은 거의 허수아비에 가까웠다. 어디까지나 명목상 실세에 더 가까운 개념이고 아무래도 김일성이 명예직으로 물러난 것이 아니라 종신집권을 한데다가 김정일의 아버지로써 윗사람이었던만큼 개념이 조금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