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 계통의 종교

개요

비교종교학종교의 한 분류로, 셈 계통의 종교에서 출발하여 아브라함유일신 신앙에 기원을 두는 유일신교들을 총칭한다. 이에 속하는 종교로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이 대표적이며, 그 외에 드루즈, 만다야교, 바하이교, 야지드교, 사마리아인 신앙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일신교의 빅텐트이자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믿는 가장 큰 종교 계통이다.[1]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중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기독교가 24억, 그 다음으로 많은 이슬람이 19억이니, 이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의 인구수가 전세계 인구(80억여명)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이름이 이렇게 붙은 이유는 이삭이스마엘의 아버지 아브라함이 가지는 상징성 때문이다. 단, 해당 종교인들에게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라고 부른다면 큰 실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성경(유대교, 기독교)에 등장하는 아브라함의 행적[2]과 꾸란(이슬람교)에 등장하는 아브라함의 행적[3]이 너무도 다른데다가, 잘 알려졌다시피 각 종교의 갈등이 너무 심하기에 그렇다. 쉽게 말하자면 불교힌두교인도-이란 계통의 종교라고 묶어서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지리적으로는 딱히 틀리진 않겠지만, 문화적으로는 상호 썩 좋은 반응이 돌아오진 않는 것과 같은 이치.

공통적 특징

유일신

아브라함 계통 종교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유일신 신앙이다. 현재 아브라함 계통 종교가 세계에서 가장 큰 종교로 성장하면서 자주 간과되고 있는 사실이지만, 유일신 신앙은 아브라함 계통 종교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야훼, 여호와, 하느님[4], 하나님[5], 알라, 데우스[6]등 모두 역사신학적으로는 같은 신으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지만, 조직신학적으로는 여전히 논란이 많은 개념이다.

역사신학적으로 보면 기독교계에서는 예수 이전 구약성서에 등장한 이스라엘 예언자들을 긍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슬람에서도 무함마드 이전 이스라엘 예언자들을 따르는 사람들이나 예수의 제자들이 천국으로 올라가게 된다는 가르침이 있다. 이슬람이 독단적으로 창시된 종교라면 무함마드의 출현 이전 모든 사람들이 다 지옥에 가게 되었다는 교리가 있어도 이상할 것은 없다.[7] 이 부분에 잘못된 이해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물론 현대 기독교계에서는 서로가 같은 신을 믿는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교파나 견해가 많다. 현대에는 가톨릭계에서 이슬람과 유대교, 기독교가 모두 같은 신을 믿는다고 인정하고 반대로 개신교 교파 중에서 이슬람의 신과 기독교의 신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15~17세기까지는 정치외교학적인 이유로 영국, 스웨덴 등 개신교 국가에서 이슬람을 같은 신을 믿는 종교로 인정하고,[8] 오스트리아 같은 가톨릭권에서는 이슬람을 이방신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았다.[9] 즉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의 신이 같은 신인가 아닌가 하는 논쟁에는 순수한 신학적 논쟁 이외에도 정치외교적 요인이 많이 끼어듦을 간과하면 안 된다.

오늘날에야 이슬람 와하브파 문화권과 서구 세속주의 문화권이 차이점이 너무 심하게 벌어져서 아브라함 관련한 배경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세 종교가 모두 같은 기원을 가졌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많지만, 서기 7~8세기 아람어권 기독교인들과 유대인들 및 아랍인들 사이의 문화적 차이가 적었던 시절에는 아람어로 신을 알라(Allaha)로 부른 사실에서 보듯 기독교의 신과 이슬람의 신이 동일한 신이라는 인식이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호전성

인사 문화는 '샬롬'이나 '살람'처럼 평화를 강조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는 고대 근동 지역은 전쟁이 매우 잦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평화에 대한 갈망을 인사말에 담은 것이다.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서로, 혹은 내부에서 다툼이 잦아 여전히 평화를 바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발원한 지역이 척박한 주변 환경덕분인지 굉장히 투쟁적이며 이교/이단에 대해 이른바 성전(聖戰; Holy war, Jihad(جهاد))을 용인 혹은 권장하는 경향도 특징이다.

기타 특징

신이 우주를 창조했고 역사를 다스리며 예언자와 천사 같은 전령을 보내며 영감을 받은 계시를 통해 신성한 의지를 드러낸다고 믿는다. 또한 신에 대한 순종이 역사적으로 실현되어야 하며 언젠가는 최후의 심판에서 신이 일방적으로 인류 역사에 개입할 것이라고 단언한다.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는 다른 문화에서 볼 수 있는 정적인 관점이나 순환적인 관점과는 달리 역사에 대한 목적론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

신이 선지자들에게 계시를 통해 인류를 인도한다고 믿으며 각 종교는 신의 경전에 기록되어 있는 선지자들을 포함하여 선지자들에게 가르침을 계시한다고 믿는다.

세상을 창조한 신이 종국에는 최후의 심판으로서 그 스스로 세상을 끝장내며 신을 따른자는 부활하여 신과 함께 영원히 산다고 믿는다.

종파 간 관계

아브라함 계통 종교에서, 일반적으로 좀더 후에 등장한 종교는 대체로 전에 등장한 종교의 내용을 포용하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 이미 있는 것에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살짝 덧붙이는 게 가장 잘 먹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독교는 구약성경이 하느님의 온전한 말씀임을 인정하고, 구약의 유대교 예언자들과 위대한 인물들을(모세, 여호수아, 다윗이나 솔로몬 등) 모두 인정하고 공경한다. 이슬람교도 구약의 영웅들과 예수를 (이 아닌 예언자로서) 인정한다.[10] 이후 발생한 신흥 종교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반대로 이전에 등장한 종교는 당연하게도 이후에 등장한 종교의 내용을 인정하지 않는다. 기독교는 무함마드를 인정하지 않으며, 유대교는 예수무함마드도 이단으로 취급하며 잘쳐줘야 엇나간 예언자 취급이나 할뿐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 중에서는 이 3개의 메이저 종교 이외에 독자적인 종교도 몇 개 있는데, 이러한 종교 중에는 아브라함 계통과 다른 계통의 종교까지 전체를 다 아우르려고 하는 종교 대통합 이론의 경우도 있고,[11] 구약 율법을 더 수구적으로 해석하여 더 폐쇄적이고 고립주의적인 공동체를 이루는 경우도 있다.[12] 아니면 율법의 재해석을 포기하고 기독교의 문화적 상징성만 받아들여 인본주의를 추구하는 래스터패리교 같은 경우도 나온다.

참고로 유대교/기독교/이슬람은 그들이 모두 같은 신을 믿는다는 사실에 대해서 종교와 종파에 따라 해석의 차이가 있다. 일단, 온건주의 이슬람은 태생부터 무함마드가 천사 지브릴(가브리엘)이 전해준 계시로 부터 시작된 종교이니 만큼, 자신들이 섬기는 신이 유대교/기독교의 신과 동일하다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 이슬람 계시 이전 예수를 따랐던 사람들이나 예수 탄생 이전 모세를 따르던 사람들은 천국에 가게 된다는 것이 교리에 포함된다.[13] 따라서 쿠란에서는 같은 아브라함계 종교인 유대교 및 기독교 신자를 일컫어 "성서의 백성"이라고 부른다. 중세의 만다야교 신자들은 자신들 역시 성서의 백성이라 주장하며 권리를 약간이나마 보장받았다. 그러나 잘 알려졌듯, 근본주의 이슬람교에서는 그런 것 없이, 그저 꾸란을 변개시켰다고 생각하기에 강제 개종이나 살육 능욕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기독교의 경우, 오늘날에는 가톨릭 신자 상당수나 중도-진보 성향의 개신교 신자들은 큰 무리 없이 이 부분에 긍정하지만, 보수주의 혹은 근본주의 성향의 개신교 신자들은 이슬람과의 공통점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14] 여호와의 증인 같은 기독교에서 갈라져나온 신흥종교 신자들은 더 민감하게 정색하며 반응한다. 상술했듯 각자의 경전에서 등장하는 아브라함의 행적이 너무도 다르며, 아예 이슬람교에서는 유대인들이 성경을 변개시켜서 아브라함의 행적을 자의적으로 바꿨다고 주장하며, 반대로 유대교와 기독교는 이슬람교와 무함마드가 자의적으로 바꿨다고 주장할 정도로 해석 차이도 너무 크다.

중근동에서 발생한 신흥종교들 이를테면 드루즈파, 알라위파, 알레비파, 바비교, 바하이교나 샤바크교, 야르사니교나 알리 일라이히교 역시 이 세 종교와 같은 신을 믿으며, 아브라함을 신앙의 조상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근세 인도의 시크교와 마찬가지로 아브라함 계통 종교 텐트에 분류 가능하다. 시크교의 경우 이슬람에서 기원한 교리가 많으나 기존 이슬람과 다툼의 여지 때문에 스스로를 공식적으로는 인도 계통 종교의 일파라고 주장한다. 시크교가 오랜 기간 인도 아대륙에서 무슬림이나 힌두들이나 교류하고 싸우며 입지를 굳힌 것과 다르게 근동의 분파들이나 이란 쉬아파에서 근현대 사이에 갈라져 나온 신흥종교들의 입지는 아직 많이 취약한 편이다.

특히, 개신교 내에서는 세부적인 종파/교단별로 견해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보수적인 교단에서는 2015년 미국에서 기독교와 이슬람의 신이 같다고 주장한 교수가 해임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반대로,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경동교회에서는 일요일 오후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무료 진료봉사와 무슬림 환우들을 위한 기도실을 교회에 설치하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아브라함 계통에 속하는 각 종교는 각 종파, 각 종파는 각 교파, 각 교파는 각 교단 등으로 좀 더 세부적으로 나뉜다. 예를들면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측은 한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인 기독교의 한 종파인 개신교의 한 교파인 장로회의 통합측 교단이다.


  1. 조직화된 종교들 중 이쪽 계통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합쳐도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 신자수에는 미치지 못한다. 세력이 압도적으로 크다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종교 문제가 불거졌다 싶으면 십중팔구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이다. 타 계열 종교에 비해 유독 유일신에 대한 충성 강요와 타 계열 종교에 대한 배타성이 강한 것도 그 원인 중 하나인데, 그런 배타성 때문에 오히려 교세가 뚜렷하게 확장될 수 있었다는 종교학자의 견해도 존재한다.
  2. 가나안에서 이집트를 방문하였다.
  3. 이집트는 커녕 메카에만 5번이나 방문한다.
  4. 가톨릭, 정교회, 성공회, 여호와의 증인 등에서 사용
  5. 대다수 개신교 교파와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 이슬람에서 사용
  6. 가톨릭에서 과거 쓰던 표현
  7. 쿠란에서는 기독교인이나 유대교인들도 결국 구원받아 천국으로 올라간다는 내용이 분명히 명시가 되어 있으나, 한발리파, 와하브파이슬람 근본주의, 이슬람 극단주의에서는 기독교인이나 유대교인이 이슬람으로 개종하지 않는 이상 천국에 올라갈 수가 없다며 부연설명을 다는 상황이다.
  8. 이를테면 근세 영국 문학에서는 오셀로에서 보듯 아랍인, 이란인, 터키인이나 무슬림에 대한 긍정적인 묘사가 의외로 많이 나타난다. 다른 유럽지역에서 보기 힘든 경우였다.
  9.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원교근공 외교 때문이었다. 오스만 제국과 싸우던 합스부르크 제국, 폴란드-리투아니아는 영국이나 스웨덴, 프랑스 입장에서 경쟁자였고, 심지어 같은 가톨릭이라 하더라도 프랑스에서 보는 이슬람과 오스트리아에서 생각하는 이슬람이 달랐다.
  10. 구체적으로는 예수와 무함마드는 다소 차이를 지닌다. 예수는 자신이 호소하는 사상이야말로 유대교 본연의 가치임을 주장했고, 그의 공동체를 참 이스라엘로 보았다. 반면 무함마드는 유대인이 아닌 아랍인이었고 처음부터 유대교 및 기독교와 구분되는 정체성을 지녔던데다가 그렇게 불리는걸 원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기독교는 유대교의 타나크를 그대로 정경으로 인정하지만, 이슬람에서는 타나크와 신약성경을 계시가 일부 담겨있으나 후대에 변개된 것으로 보며 신구약의 인물들도 아예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11. 마니교시크교가 대표적.
  12. 드루즈교가 대표적
  13.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조차도 이 교리는 부정을 못 한다. 이 교리를 부정하면 이슬람의 뿌리를 부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이단 확정이기 때문 애초에 이슬람에서 인정하는 선지자 25인 중 무함마드를 뺀 나머지 24인은 무함마드 이전의 사람들이다. 그래서 만일 그들이 "무함마드 이전 사람들은 다 지옥행!" 이라고 외치면 무슬림들이 "그럼 무사(모세)나 이사(예수)"도 지옥행이냐? 이 이단자놈들!" 이라고 욕할게 뻔하다.
  14. 아이러니하게도 상술한 것처럼 과거(특히 근세 16~17세기) 무렵에는 개신교권 주류와 가톨릭권 주류의 이슬람에 대한 관점이 정 반대였다.